[Ki-Z 공연] 눈물 닦을 손수건이 필요합니다…연극 ‘가시고기’

[Ki-Z 공연] 눈물 닦을 손수건이 필요합니다…연극 ‘가시고기’

기사승인 2011-06-04 14:05:00

[쿠키 문화] 절체절명의 어려움에 닥쳤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말은 ‘엄마’다. 이 말만큼 포근하고 애틋한 느낌을 주는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든 연극이든 ‘엄마’를 소재에서 떨쳐낼 줄 모르고 관객들도 그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흐르는 눈물을 참기 어려운 모성애와 달리 눈물을 삼켜야 비로소 느껴지는 사랑도 있다. 바로 부성애다.

연극 ‘가시고기’는 300만 부의 판매고를 자랑한 소설 ‘가시고기’를 원작으로 한다. 이미 정보석과 유승호 주연의 드라마 ‘가시고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소설 ‘가시고기’는 연극이 되어서도 절절한 부성애를 관객들의 가슴에 전한다.

주인공 정호연(이광기, 이재훤)은 시인이다. 화가인 아내와 결혼했지만 아내는 아이를 낳자마자 자신의 꿈을 이유로 다른 남자를 만나 외국으로 떠났다. 홀로 키운 아이가 백혈병에 걸리고 만다. 아이에게 이식할 골수를 구하지 못한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사락골에서 영원한 이별을 준비한다. 소식이 끊겼던 아이 엄마에게 연락이 오고 엄마는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서 골수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골수 이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신장 이식을 준비하던 정호연은 간암 말기임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신장 대신 각막을 팔아 수술비용을 마련하고 자신의 발병 사실은 숨긴 채 아이를 엄마에게 보내려 하는데….

연극이 보여 주는 캐릭터는 소설이나 드라마와는 다소 다르다. 소설 속에서는 너무나 착한 아버지이지만 연극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툭툭거리며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다소 거친 캐릭터로 변했다. 훨씬 현실적이고 입체감 있는 모습이랄까. 정호연을 사랑하는 후배이자 말없이 지켜 주는 그림자 같은 인물 여진희도 소설보다 비중이 커졌으며 보다 입체감 있게 살아났다.

무엇보다 연극 ‘가시고기’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배우 이광기’이다. 실제로 이광기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로 아들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가 무대 위에서 아들을 부를 때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관객들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광기는 “사실 이 작품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아내가 왜 이런 아픈 연극을 하느냐고 물었는데 그게 나의 운명이고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아프지만 세상에 나보다 더 아픈 사람들이 많다. 아픈 모습을 떨치고 의연하게 일어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나보다 더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극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또 “아마 대한민국 아버지라면 누구나 아이가 아프면 자신도 아파하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소설 ‘가시고기’가 300만 부나 팔린 것은 ‘통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연극도 마찬가지다”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극임을 강조했다.

각색을 맡은 선욱현은 “각색을 하면서 여러 번 울었다. 연습하면서도 화창한 여름에 올릴 작품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항상 눈물을 흘리니 말이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한다면 ‘아버지가 다 준다’라 말할 수 있다. 심지어 눈까지 내놓지 않나”라는 말로 연극이 지닌 슬프고도 깊은 감성을 설명했다. 이어 “이 연극이 관객들과 만났을 때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손수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배우 이광기, 김민희, 이재훤, 조선주, 신기준, 신현종, 윤영걸, 정연심 등이 출연하는 연극 ‘가시고기’는 오는 29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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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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