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이 막을 내린 지 2주가 돼 간다. 이쯤 되면 우승자를 비롯해 본선 무대에 진출했던 출연자가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화젯거리를 쏟아낼 만한데 조용하다 못해 분위기가 냉랭하다. 연일 따끈따끈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며 오디션 열풍을 몰고 온 케이블채널 Mnet의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와 비교하면 온도차가 확연하다. ‘위탄’과 ‘슈스케’의 어떤 점이 다르기에 극과 극 반응이 나오는 걸까. ‘위탄’과 ‘슈스케’의 차이점을 들여다봤다.
사연이 약했다
‘위탄’이 미지근한 반응을 낳게 된 배경 중 하나는 출연자에 대한 조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준비 기간이 짧아 출연자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다. 부활의 김태원이 이끄는 ‘외인구단’ 정도만 화제를 낳았다. 중국 옌볜에서 온 백청강, 타고난 음색을 지녔으나 특별하지 않은 외모에 가려졌던 이태권, 감성 표현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손진영. 안타까운 사연 덕분이었을까. ‘외인구단’은 위기의 순간에서 매번 살아남으며 최종 4인까지 올라갔다. 반면 김윤아, 이은미, 방시혁, 신승훈의 제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 신승훈의 제자이자 캐나다에서 온 셰인이 미성의 목소리로 눈길을 끄는 데 그쳤다.
반면 ‘슈스케2’ 출연자들은 다양한 이야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작 기간이 1년 정도 되다 보니 끼가 특출한 출연자를 중심으로 사전 밀착 취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슈스케2’ 우승자인 허각이 쌍둥이 형과 행사무대를 전전하면서 어렵게 노래를 불렀고, 환풍기 수리공으로 살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연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앉아서 기타를 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탄 장재인은 고교 시절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샀다. 부모의 이혼으로 외로운 시간을 보냈던 김지수는 ‘슈스케’를 통해 모친과 상봉해 화제가 됐다.
멘티-멘토제의 명암
‘위탄’의 멘티-멘토 제도도 절반의 성공이었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처음 도입된 멘티-멘토제. 멘토의 부드러운 지도는 살벌한 경쟁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윤활유 역할을 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팔을 안으로 굽게 만드는 독으로 작용됐다.
특히 방시혁과 김태원은 서로 자신의 제자가 저조한 점수를 받은 것에 대해 혹평과 낮은 점수로 맞대응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방시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둘 사이에 벌어졌던 냉랭한 분위기를 지적하는 시청자의 의견은 줄어들지 않았다.
다른 멘토들도 자신의 제자가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며 객관적 평가에서 벗어났다는 시청자의 지적이 잇달았다. 결국 선의로 도입된 멘티-멘토제가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젯밥에 무게를 뒀다가 낭패
출연자들의 실력도 약점이었다. 자웅을 겨루기 힘들 정도의 팽팽한 실력으로 ‘매회 누가 떨어질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슈스케’와 달리 ‘위탄’은 긴장감이 크게 돌지 않았다. 방송 시작 전에 4차 오디션까지 거치는 ‘슈스케’의 스파르타식 훈련 같은 체계적 훈련 과정이 ‘위탄’에는 주어지지 않았다. 전문가가 멘토로 따라 붙었음에도 방송이 시작된 후 진행되는 교육만으로는 출연자들이 타고난 실력을 크게 웃도는 성장을 보여 주기엔 무리였다.
오히려 ‘위탄’ 출연자는 실력을 갈고 다듬는 노력보다는 매주 쏟아지는 미션에 지친 모습이었다. 정체된 실력 속에서 이미 결승 4주 전부터 우승자의 윤곽이 드러났고 결국 다수의 시청자가 예측한대로 백청강이 트로피를 거머쥐는 ‘밋밋한’ 시나리오가 됐다.
프로그램이 긴장감을 잃은 것인데 우승자가 지니는 흡인력이 낮은 것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이미 활용 가치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사 프로그램의 우승자임에도 마치 특혜 의혹 우려에서 비롯된 ‘역차별’을 받듯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케이블채널의 성공을 보고 급조하듯 베낀, 신인 발굴보다는 프로그램의 재미와 시청률 상승, 그에 따른 광고 매출의 증대에 목표를 둔 지상파방송의 예고된 ‘미래’이다.
준비 기간 짧았던 ‘위탄’…사후 관리도 미약해
‘위탄’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짧은 제작 기간에 있다. 경합 무대에만 신경을 쓰느라 사전·사후 제작에 세세한 손길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가지며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준비하는 ‘슈스케’와 달리 4~5개월 만에 만들었으니 여러 모로 허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슈스케’는 시즌1,2를 거치면서 문제점을 많이 보완하며 프로그램을 다져가고 있다. 그에 비해 ‘위탄’은 ‘뽑아 놓고 만들어 보자’는 식으로 제작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위탄’은 원석을 뽑는 과정을 보여 준 ‘슈스케’와 달리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출연자를 다듬는 과정까지 보여 줬다. 하지만 무리한 제작으로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하면서 그 과정이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탄’ 제작진이 중점적으로 고심했던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중간 토막이었던 것 같다. 즉 TV에 방영되는 순간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중간만 있는 게 아니다. 사전 준비 기간에 해당하는 머리와 사후 관리를 의미하는 꼬리가 있다. 머리, 몸통, 꼬리가 하나가 될 때 온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위탄’이 시즌제에 돌입하면서 제작 준비 기간이 더 짧아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오는 8월쯤이면 시즌2가 시작된다. 시즌2가 방영되면 시즌1에 뽑혔던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도 확 줄어들 것이다. 제작진이 시즌1 출연자들에 대한 배려를 하며 사후 관리를 제대로 계획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며 “전반적으로 급하게 진행되는 감이 있다. 시즌1과 시즌2를 쉴 새 없이 진행할 게 아니라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꼼꼼히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참가자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돼야
진정 중요한 문제는 ‘위탄’의 위력이 ‘슈스케’보다 약하다는 데 있지 않다. ‘위탄’의 영향력을 높이지 못한 이유들이 결국은 참가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사후 관리 없이 제작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피해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일반인이 될 것이다.
정 평론가는 “방송사가 약자인 일반인을 출연시켜 시청률을 가져가는 형태가 될 것이다. 결국 진정한 혜택은 일반인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일반인이 믿고 출연할 수 있는 확실한 보상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참가자를 위한 ‘위탄’의 노력은 프로그램과 방송사에도 도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충분한 사전 연습과 인물별 탐색은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로 탈바꿈 될 것이며 확실한 사후 보장은 방송사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를 제고시킬 것이다. 답은 보인다, ‘위탄’의 선택만 남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