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오디션 장인 ‘슈퍼스타K’ 시즌2에서 히로인으로 등극한 장재인은 최근 데뷔 앨범 ‘데이 브레이크’(Day Breaker)를 내고 프로 무대에 진입했다. 프로 뮤지션이 된 것이다. 동시에 첫 출발부터 TV가 무대였고 계속해서 방송의 조명을 받고 있으니 흔히 가수, 배우, 방송인을 통칭해 말하는 ‘연예인’의 범주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장재인 자신은 후자의 위치에 대해 불편해 했다. 연예인 영역 안에서 ‘진짜’ 장재인을 찾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본사에서 만난 장재인은 ‘그냥’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지난 6월 6일이 제 생일이었는데 팬들이 선물을 줬어요. 그런데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상한 거예요. 연예인이 되었다는 게 별로 실감이 안 나요. 그런 걸 심각하게 느낀 적이 몇 번 있는데요, 언젠가 연예인들이 많은 자리에 갔는데 이질감이 엄청나더라고요. 저와 다른 사람들이 있었고 제가 있을 자리 같지 않았어요. 또 음악방송이 끝나면 모두들 무대에 올라가잖아요. 그때 수만 가지 생각이 들어요. 내 입지가 무엇인지,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요. 그렇게 소심하게 서 있다가 내려오면 해방감마저 들어요. ‘그냥 음악 하는 게 내게 맞구나’ 하는 생각을 올해 들어 많이 하고 있어요.”
장재인은 데뷔 앨범부터 남다르다. 미니 앨범 ‘데이 브레이크’는 장재인이 직접 작사, 작곡한 5곡의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장재인이 속한 키위뮤직은 국내 특급 프로듀서 중 한 명인 김형석 작곡가가 이끌고 있는 기획사다. 장재인에게는 대학 스승이기도 하다. 김형석에게 기대면 보다 더 충실한 데뷔 앨범이 나올 수 있을 법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해 김형석 작곡가는 “난 장재인이 다양하게 음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뿐”이라고 말했고 장재인 역시 자신의 ‘음악 색’을 먼저 강조했다.
“(형석 교수님과) 음악적 색깔이 많이 다르거든요. 물론 형석 교수님이 작곡했다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귀에 훨씬 착착 감겨 많이들 들으셨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지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보여 주고 싶은 색깔을 내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이런 색깔, 이런 소리를 내야지 하는 것이 있었는데 형석 교수님이 하면 그게 많이 달라져요.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을 유지하고 싶었죠. 그래서 이번에 많이 배웠어요. 아직 대중의 마음을 알기에는 제가 어리고 그런 것들은 형석 교수님께 많이 배워야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물론 다음에도 제가 다 음악을 만들겠지만, 대중의 마음을 잡는 법도 적용시키고 싶어요.”
미니 앨범의 타이틀 곡 ‘장난감 병정’은 획일화된 사회에 대한 거부감이다. 제목과 내용 때문에 앨범을 내자마자 걸 그룹 애프터스쿨에 대한 ‘디스(폄하) 곡’이 아니냐는 오해도 샀다. 애프터스쿨이 노래 ‘뱅’으로 활동할 당시 앨범 재킷이나 무대 위 퍼포먼스가 ‘장난감 병정’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재인은 획일화에 대한 비판일 뿐이라 말했다.
“앨범을 내고 후기를 봤는데 벌써 아이돌을 비판하기에는 빠르지 않냐는 글들이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며칠 뒤에 그런 내용으로 기사도 났고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그냥 재미있었어요. 가사는 원래 대중이 자기에 맞게 해석해 받아들이잖아요. 원하는 대로 해석하는 거죠. 저도 처음 곡 쓸 때부터 듣는 이가 자기에 맞게 해석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획일화’에 대한 제 의도도 읽어 준다면 더 좋겠지만요.”
획일화에 반대하는 노래를 만들 정도면 ‘슈퍼스타K’의 오디션 과정이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공개 오디션은 출전자 개개의 개성을 살려 준다기보다는 동일한 미션을 주고 그를 통해 드러나는 다양한 모습을 보려하기 때문이다.
“마찰이 있었죠. 저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이미 홍대에서 제 곡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었기에 뭔가 주어지고 입히고 꾸미고 잘리고 하는 것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제 색깔이 있고, 제 길이 있고, 제 음악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데 다른 것을 하라 하니까요. 저는 제 것을 지키려 애썼어요. 미션 곡이 나오면 원곡을 듣지 않았어요. 멜로디 카피만 하고 가사만 봤죠. 그리고 그 가사를 저에 맞게 해석해서, 제 멋대로 부른 거예요. 모든 것이 다 입혀지고 주어지는데 거기서 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노래 하나뿐이었으니까요. 그것이 행복했던 것 같아요. 아마 제작진이 더 힘들었을 거예요.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될 것을, 계속 저 하고 싶은 것을 하려 했으니까요.”
장재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장재인이 첫 방송에 나온 직후부터였다. 독특한 목소리와 태도, 그리고 과거의 스토리는 대중의 귀와 눈을 솔깃하게 했다. 이후 장재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성형설은 물론이고 너무나 뚜렷한 주관 때문에 ‘벌써 떴냐’는 오해까지 받았다.
“제가 지난해 8월 처음 나왔을 때는 모두가 저에게 호감을 표시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디션에서 탈락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봤는데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충격을 받았죠. 온갖 욕과 루머들이 있었고 그 루머는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더라고요. ‘슈퍼스타K’에 많은 장점이 있지만 캐릭터가 이미 만들어진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놀랐고 억울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좋은 모습 많이 보여 드려야 하겠구나’ 생각했죠.”
장재인에게 다른 ‘슈퍼스타K’ 출신들과 달라 보이는 행보는 또 있다. 바로 길거리 공연. 속칭 연예인과는 거리감이 있다 해도 이미 가요계와 방송가에서는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물인데 스스럼없이 길거리에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준다. 마치 무명 가수처럼 말이다. 왜 그럴까.
“행사보다 재미있어요. 제 노래를 들려주고 누군가 들어준다는 것이요. 유명해질수록, 큰 무대일수록 그런 소박한 교감이 힘들어지더라고요. 관객의 반응을 신경 써야 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찾아와 옛날 하던 대로 길거리 공연을 하는 거예요. 음, 그런데 예전과 달라진 게 듣는 사람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전에는 관객 수는 적었지만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정말 듣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들 찍기에 바쁘세요. 하지만 정말 듣고 계시겠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사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