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미국 영화 ‘코요테 어글리’(2000년)가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 뮤지컬 팬들의 기대는 높았다. 특히 올 여름 무대에 올려지는 1000석 안팎의 대형 뮤지컬 중 유일한 창작뮤지컬이고, 할리우드 영화의 판권을 직접 사서 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도 부여됐다.
지난 8일부터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는 기본적 골격은 영화와 비슷하지만, 소소한 내용은 바뀌었다. 싱어 송 라이터를 꿈꾸는 에이프릴은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뉴욕으로 떠나지만, 이내 뉴욕의 현실에 부딪치게 되고 어렵게 클럽 코요테 어글리의 직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일하면서 가수 오디션에 지원도 하지만, 무대공포증이라는 치명적 약점으로 인해 제대로 노래도 부르지 못한다. 연인인 앤디와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요테 어글리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오디션 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에이프릴, 두려움은 극복된다. 원작 영화와 달라진 점은 여주인공 이름이 바이올렛에서 에이프릴로 바뀌었고, 코요테 어글리 클럽 사장도 여자에서 남자로 바뀌었다는 것. 또 애인 앤디의 정체도 원작과 달라졌다.
뮤지컬은 전반적으로 익숙하고도 신나는 음악으로 일관된다. 이미 ‘Unbelievable’ ‘I will survive’ ‘Can’t fight the moonlight‘ 등 국내 영화 팬들이 흥겹게 들어 봤을 법한 20곡의 뮤지컬 넘버들이 관객을 흥겹게 만든다. 또 코요테 어글리 클럽의 쇼나 코요테 걸들의 섹시한 몸짓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에이프릴의 아빠 샘 베이커와 에이프릴이 거주하는 뉴욕 집의 주인 제니퍼 힐튼과의 사랑, 에이프릴의 단짝 친구 미아의 통통 튀는 연기는 웃음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창작 초연이다 보니 여러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우선 뮤지컬에 처음으로 도전한 디셈버의 멤버 DK(한대규)와 윤혁, 가비앤제이 장희영, 탤런트 이해인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로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 에프엑스(f(x))의 루나도 캐릭터를 잘 살려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유일하게 가수가 아닌 이해인은 노래 실력까지 부족하다.
극과 극 사이가 물 흐르듯 연결되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마치 대본이 작가 한 명에 의해 일관성 있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손에 의해 얽혀진 형태라는 느낌을 준다. 밴드가 들려주는 음악과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를 어울러 주는 음향도 999석의 한전아트센터에서의 공연답지 않다.
다행히 극에 중심을 잡아주는 기존 뮤지컬 배우들의 단련된 연기, 익숙한 음악과 스토리는 이런 몇몇 아쉬움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다. 에이프릴 역의 유하나를 비롯해 앤디 역의 김수용과 이현, 4인4색의 매력을 뽐내는 코요테 걸 역의 유미, 강웅곤, 이영은, 최소영이 극의 기본을 탄탄하게 다진 주인공들이다. 오는 8월 15일까지 공연.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