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51점” 얘기에 “나는 99점, 1점은 관객이 채워 주기를…”
[쿠키 영화] 큰 키에 맑고 깨끗한 이미지, 선한 인상으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한효주. 그녀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멜로 영화 ‘오직 그대만’으로 관객을 찾는다.
‘오직 그대만’은 배우 소지섭과 한효주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만화책 속에서 막 튀어 나온 듯한 두 배우가 함께하는 사랑이야기라니. 충분히 흥미로울 법 하다.
소지섭은 전직 복서 철민으로 분해 오직 한 여자 정화(한효주) 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랑을 하고, 시력을 잃어가던 정화는 시력을 되찾은 후에도 철민만을 기다리는 해바라기 사랑을 한다.
영화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효주를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씩씩하게 인사를 건넨 그는 가식과 내숭 없이 털털하고 솔직하게 질문들에 답했다. 기자의 명함을 받고는 “나와 성이 같다. 이름을 꼭 외워야 하겠다”며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고, 작은 그릇에 팥죽을 담아 오더니 “이 집 팥죽이 정말 최고”라며 추천하기도 했다.
한효주의 밝고 명랑한 성격에 인터뷰 분위기는 밝고 화기애애했다. 배우와 기자라는 거리감 없이 같은 영화를 보고 난 후 친구와 얘기 나누는 느낌으로 대화를 이어 갔다. 한효주는 영화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는지 “영화 보고 우셨나요? 어느 부분이 가장 감동이었죠?”라고 먼저 물었다.
“제가 왜 물었냐 하면요, 정말 신기한 게 보통은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기억하시는데 사람마다 감동 받는 포인트가 다르더라고요. 제가 오열하는 장면에서 울었다는 분도 계시고 그저 주차박스 안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펑펑 울었다는 분도 있어요. ‘도대체 그 장면이 왜 슬퍼?’라고 물을 정도였죠. 영화의 감성이 깊다 보니 각자의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는 게 다 다른가 봐요. 또 20대가 주 타깃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30대와 40대 분들이 더 좋아해 주세요. ‘어른들의 동화’ 같다는 표현까지 들었다니까요(웃음).”
한효주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사랑’의 감정을 전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사랑’을 쉬고 싶단다. 영화 속에서 연기한 것이지만 너무 절절한 사랑을 했기에 당분간은 사랑을 쉬고 싶다는 설명이다.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영화 속 정화처럼 힘들지만 강렬한 사랑을 할까, 아니면 피해 갈까. 한효주는 “너무 어렵다”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너무 힘드니까 피해 가고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죽기 전에 한번쯤은 그런 사랑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유난히 더 예민했다는 그는 시력을 잃어 가는 역에 대한 부담도 한몫했다고 밝혔다.
“촬영하는 내내 순간순간이 힘들었어요. 인물에 감정을 이입할수록 답답해지고,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해야 하니 더 예민해졌어요. 집중하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살짝 치고 가기만 해도 상당히 신경이 곤두서더라고요. 정말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힘든 촬영 내내 상대배우 소지섭이 큰 힘이 돼 줬다. 촬영장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제가 하나밖에 없는 여배우니까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생기도 불어넣고 싶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저를 이끌고 분위기를 유하게 만드는 역할은 다 소지섭 선배님이 해 주셨어요. 둘 다 가라앉아 있으면 어둠의 그림자가 장난 아니었을 거예요, 하하. 그때 말을 하지는 못했는데 소지섭 선배님께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연기할 때도 고마웠고 연기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고마웠어요. 부족한 후배를 위해 많이 애써 주셨죠.”
소지섭은 한효주를 만나기 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말이 없고 붙임성 있는 성격이 아니라 촬영 현장에 늘 조용히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먼저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이야기를 전하자 한효주는 “역시 노력한 거였구나. 역시 선배님에게는 배울 점이 많다”며 “저도 오래 하다 보면 괜찮아지겠죠?”라고 물으며 웃어 보였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그의 답을 듣기 전, 소지섭은 51점을 줬다는 말을 전했다. 소지섭은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작품에 내가 점수를 준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지만 51점을 주겠다. 49%와 51%의 차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모든 승패가 이것에서 갈린다. 이 작품에 만족한다는 뜻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들은 한효주는 “왜 이렇게 점수를 적게 줬대!”라며 두 눈을 크게 뜬 뒤 “전 99점을 주겠다. 나머지 1점은 관객들이 채워 줄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이 영화 정말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영화를 위해 애쓴 사람들이 정말 많거든요. 촬영하며 감독님과 여러 스태프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영화가 잘 돼 그 사랑에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제게는 오직 영화뿐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