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퍼펙트 센스’ 사라지는 감각 속 완전한 사랑

[Ki-Z 작은 영화] ‘퍼펙트 센스’ 사라지는 감각 속 완전한 사랑

기사승인 2011-11-19 13:01:01

[쿠키 영화] 냄새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는 프루스트 현상. 냄새는 추억과 연결돼 있어, 후각의 상실은 곧 추억의 상실을 의미한다. 영화 ‘퍼펙트 센스’는 후각을 시작으로 청각, 미각, 시각 등 모든 감각이 서서히 마비되는 공포를 보여준다. 이런 거대한 재난에도 사람들은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사랑의 위대함’을 깨닫게 한다.

이완 맥그리거는 요리사로, 에바그린은 우울함을 간직한 연구원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과거 사랑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지만, 서로를 만나며 다시 사랑을 믿게 되고 서로에게 의지한다. 감각이 하나씩 사라져 버리는 무시무시한 상황 속에서도 이들의 사랑은 이어진다.

두 배우는 감각을 잃어가는 캐릭터의 모습뿐 아니라 극단의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심리상태까지도 완벽히 표현해내며 관객들에게 아픔과 감동을 전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절절한 로맨스영화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영화는 감각상실 바이러스가 전하는 공포를 실감 나게 전한다. 감각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세상의 혼란은 가중되지만, 한 감각이 사라지면 그 자리를 다른 감각이 채우며 인간은 그렇게 적응해간다.

미각과 후각을 잃은 사람들은 예전처럼 레스토랑에 모인다. 맛과 향을 느낄 수는 없지만 와인 따르는 소리, 잔 부딪히는 소리를 통해 술을 마시고 즐긴다.

이 바이러스는 갑자기 극심한 허기도 느끼게 한다. 이때가 되면 사람들은 마치 무엇에 홀린 것 마냥 눈앞에 보이는 것은 짐승처럼 모조리 다 먹어치운다. 간장을 벌컥벌컥 마시기도 하고, 립스틱을 꺼내 씹고 꽃을 뜯어먹는다. 바이러스의 공포를 가장 인상 깊게 표현한 장면.

또 영화는 배우들의 감각 상실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며 그 느낌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청력을 잃은 상황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영상으로만 보여주고 시력을 잃은 후에는 화면을 블랙처리, 내레이션으로만 설명한다. 마치 관객이 주인공이 된 듯 더욱 극에 몰입하게 한다.

영화는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그럼에도 ‘인간의 삶은 계속된다’는 강인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오는 24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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