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동성애자 커플의 은밀한 셀프카메라 영상을 훔쳐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퀴어 영화 ‘알이씨’(REC)는 두 남자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이 같은 셀프 카메라 형식을 도입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영화는 시작부터 파격이다. 만남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연인 송영준(송삼동)과 서준석(조혜훈)은 옷을 벗고 서로를 씻겨주는 장면을 카메라에 기록한다. 준석은 자신의 모습을 찍는 영준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못 이기는 척 촬영에 응한다. 그러더니 자연스레 서로에게 질문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넘어가, 두 사람의 만남부터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
둘은 여느 연인들처럼 초를 켠 케이크 앞에서 장난을 치며 기념일을 축하한다. ‘게이들의 사랑은 1년이 5년과도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5년을 만났으니 대단 한 것’이라는 뼈있는 말과 함께 서로의 첫인상, 고마웠던 점, 서운했던 점 등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두 사람은 몸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던 중 영준은 갑작스레 눈물을 보이고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만 서러운 감정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준석에게 ‘자신 없이도 살 수 있는지’를 묻고 조용히 준석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준석을 사랑하지만 냉혹한 현실과 사람들의 눈앞에 당당할 수 없었던 영준은 결국 이성과의 결혼을 택하고 준석을 떠난다. 눈물을 머금고 애써 웃어 보이던 영준의 표정이 오래 토록 기억에 남는다.
영화는 우리 곁에 숨어 사는 게이들의 삶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메가폰을 잡은 소준문 감독 역시 커밍아웃을 통해 게이임을 밝혔다. 그는 “편견을 품은 적의의 시선을 피해 밤의 은신처에서 사랑을 속삭이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우리의 일상을 알리고 싶었다”고 영화의 제작 의도를 밝혔다.
소 감독은 거짓으로 동성애자들의 관계를 포장하거나 자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을 피하고 대사와 행동, 표정 등 작은 것 하나까지도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를 통해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했던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성커플이 아닌 동성커플의 사랑을 담아낸다는 점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영화는 사랑하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힘겨운 현실에 놓인 연인의 사랑과 이별에 초점을 맞췄다. 나아가 그들의 삶과 인권, 복지에 대한 다양한 화두를 제시한다. 지난 24일 개봉했으며 18세 이상 관람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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