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여중생 성폭행 고교생 16명 “사실상 무죄” 파문

장애 여중생 성폭행 고교생 16명 “사실상 무죄” 파문

기사승인 2011-12-27 1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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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폭행한 고교생 16명이 법원으로부터 모두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이 판결은 최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등 비행과 범죄를 저지르는 불량 학생들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등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 소년1단독 나상훈 판사는 지적장애를 가진 10대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소년부에 송치된 A(17)군 등 고교생 16명에게 소년보호처분 1호, 2호, 4호를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소년법 32조에 따르면 보호처분 1호는 6개월 범위(1회 연장 가능)에서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를 위탁하는 것, 2호는 100시간 이하의 수강명령, 4호는 보호관찰 1년으로 돼 있다.

소년보호처분은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19세 미만 소년범에게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사회봉사 보호감찰, 민간위탁기관 교육, 상담·입원치료, 소년원 송치 등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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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공동대책위 회원들은 법원 정문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으며, 심리 후 “법원이 사회적 경종은커녕 솜방망이 처벌로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내줬다”면서 “교육 당국에 엄중한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공동대책위는 즉시 성명을 내고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비판했다.

공대위 이원표 사무국장은 “사회 정의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사법 사상 최악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국장은 “청소년들에게 ‘장애인은 괴롭히거나 폭행해도 구속은 되지 않는다’는 끔찍한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그는 “보호자 감호 처분은 ‘그냥 집에 보낸다’는 말의 그럴듯한 표현일 뿐”이라며 “이 학생들은 현재 수능까지 치렀다. 이제 아무렇지 않게 대학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성폭력 상담 전문가들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애인 성폭행 문제에 대한 사법 기관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장애인 인권 의식 확산에 다시 후진 기어를 넣은 어이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 ‘도가니’로 그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태에 이어 우리나라 법원이 ‘장애인 성폭행 가해자’에게 얼마나 관대한지 보여준 사례”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제 장애인 여성에게 어떤 방식으로 성폭행 예방 교육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허탈해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죄질을 고려할 때 소년원 송치 등 직접적인 인신 구속에 비해 처분이 가벼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학생들의 개선 가능성이 참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형사재판을 거쳐 가정지원으로 송치된 점,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법률상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가해 학생들과 보호자는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취재진과 NGO 관계자들 사이를 뚫고 법정에 들어섰고, 40여분에 걸친 비공개 심리가 끝난 후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문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남학생 3명이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장애 여학생 B(15)양을 대전시 서구 둔산동 한 건물 남자 화장실로 유인해 성폭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3명 중 한 남학생이 학교 친구들에게 B양의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B양은 다음달 중순까지 한 달여 동안 대전지역 4개 학교 고교생 16명에게 불려가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대전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아서’ 가해자 학생들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고, 이는 곧 시민단체, 트위터를 비롯한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 여러 곳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전정희 기자
afero@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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