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앨범 ‘노크’ 내기까지 1년간의 ‘숨고르기’
“김동률 영향 받아…점차 내 색깔 보여 드릴 것”
[쿠키 연예] 축제가 끝난 후의 허무함과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존박(23)은 예상보다 길고 긴 쉼표가 필요했다. 지난 2010년 엠넷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로 화려하게 대중 앞에 나섰던 그가 데뷔 앨범 ‘노크(Knock)’를 들고 1년 만에 돌아왔다. 함께 출연했던 허각과 장재인, 강승윤이 TV에 잇따라 출연하며 바쁜 활동을 보인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한 셈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존박은 예전의 천진난만하던 밝은 미소 대신,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등장했다. 지나치리만큼 평범해 보이는 그에게 ‘슈스케’의 화려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존박은 자신의 음원을 직접 담아와 준비해온 스피커에 연결한 후 노래를 틀었고, 그렇게 인터뷰는 시작됐다. 그는 힘든 과제를 끝낸 후 심리적 부담을 훌훌 털어낸 듯 환하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음반 준비를 위해 1년의 공백을 가지면서 많이 외로웠고, 힘들었어요. 몇 주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나만의 음악 세계에 빠지는 계기가 됐어요. 때로는 정체성이나 성공에 대한 집착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음악에 대한 욕심이 커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돼 음악에 더욱 매진할 수 있었죠.”
존박은 ‘슈스케’에 출연하며 톱스타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얻은 명성과 인기는 신인 가수로 출발점에 선 그에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됐기 때문이었다. 너무 쉽게 그리고 빠르게 얻은 유명세는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고, 현실적인 감각을 무디게 했다. 1년간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화려함은 쏙 빠진 채 음악인으로서의 존박만이 오롯이 남게 됐다.
“지난 시간 동안 성격도 그렇고 음악이나 연예인의 삶에 대한 마인드가 바뀐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음악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는 않을까 하는 부담이 컸었거든요. 내 자신이 좋은 자리에 있음에도, 행복하고 감사하지 않은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죠. (슈스케 출연 당시) 너무 바빴고 혼란스러웠어요. 나중에는 쌓이고 쌓여 상처가 됐는데, 그 상처들이 소통을 하지 못하고 깊이 남아버렸죠. 털어내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지난해 4월, 가수 이적과 김동률, 이상순, 체리필터 등의 뮤지션들이 소속된 뮤직팜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존박은 이번 앨범에 자신이 직접 작사한 타이틀곡 ‘폴링(Falling)’을 비롯 ‘왜 그럴까’ ‘이게 아닌데’ ‘굿데이(Good day)’ ‘그 노래’ 등의 다섯 곡을 담았다.
‘폴링’은 사랑 등에 ‘빠져든다’는 의미도 있지만, ‘추락한다’ ‘떨어진다’라는 이중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그는 “혼자 지내면서 느낀 외로움이나 열정, 천진난만한 그리움을 담은 곡”이라며 “아직도 영어로 먼저 생각하고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지만, 1년 동안 한국말이 많이 익숙해지고 편해졌다”고 말했다.
‘슈스케’ 때와는 성격이 많이 달라 보인다고 하자 그는 “방송에서 보인 모습은 조금 더 활발하게 비춰진 것 같다”며 “(방송을) 즐기면서 했고 당시에는 정말 너무나도 재밌었다”고 말한다. 실제 성격은 의외로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타입이다. “사생활에 대한 시선이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는 그는 ‘슈스케’로 인기를 얻었을 당시 과거 미국에서 찍었던 사진이나 개인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적잖이 상처를 받은 듯 했다.
허각에게 우승의 자리를 놓쳤던 것이 아쉽지 않았느냐고 묻자 “오히려 2등하기를 원했다”라며 “만약 1등을 했다면 이렇게 한국에서 데뷔 앨범을 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한동안은 방송 활동을 이어가는 허각과 장재인 등을 보면서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느새 잊혀지길 원했다”라며 “오디션 힘을 받고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미국에서 태어나 6살에 한국에 온 뒤 초등학교 4학년 때 다시 미국으로 가 평범한 대학 생활을 보내던 그는 ‘슈스케’의 원조 격인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9에서 톱 20까지 진출한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탓에 그는 재작년 한국 땅을 밟기 전까지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같은 소속사 식구인 김동률은 존박에게 가장 직접적인 음악적 영향을 준 선배이자 스승이 됐다.
“김동률 선배님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이제는 김동률 선배님이 만든 곡은 첫 소절만 들어도 다 알아요. 제 앨범에는 김동률 선배님 음악적 색깔이 많이 묻어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서 내 색깔을 확실히 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다양한 창법과 노래들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한다는 제 의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몇 백번 녹음을 하고 지우는 과정을 거쳐서 앨범을 완성했죠. 애정을 갖고 도와주신 김동률 선배님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제일 잘한 일은 뮤지팜이라는 회사에 들어온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말하는 이번 앨범의 색깔은 ‘뮤지션 존박의 순수함’이다. 깨끗하고 맑은 사운드의 앨범은 존박의 성격과 많이 닮아 있다. 그는 “앨범에 담지 못한 직접 만든 노래도 여럿 있다”면서 “작년부터 작곡, 작사를 시작하면서 써놓은 곡들이 많은데 다음 앨범부터는 나만의 색깔을 더 보여드릴 것”이라며 향후 계획도 미리 귀띔했다.
‘오디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자 애쓰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지금 숱한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도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다. “최대한 즐기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정말 진심으로 즐겨서 2등까지 하게 됐던 것 같거든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뮤직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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