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00녀, 00남’식 마녀사냥이 계속되면서 이를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방적 주장만 담은 글로 의도치 않은 가해자가 된 사람들을 네티즌들이 보호하자며 나선 것이다.
지난 18일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아는 사람 미니홈피에 올라온 사진”이라며 “부산에서 서울 가는 고속버스가 사고가 나 버스가 길에서 세 시간을 정차해 있었다고 한다. 여성 승객이 무릎 꿇고 사과하라며 아버지 뻘 버스기사를 무릎 꿇고 빌게 만든 사진”이라고 사진 한 장을 올렸다.
20대 여성은 ‘버스무릎녀’라는 타이틀과 함께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상황은 하루가 지난 뒤 달라졌다. 여성을 옹호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한 네티즌이 “이 버스 탔었다”며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네티즌에 따르면 당시 버스 업체 소장은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승객들에게 버스 요금 환불과 만원을 지급할 테니 연락처를 남기고 귀가하라고 했다. 소장의 사과를 요구한 이 여성에겐 “못 하겠다. 고소하려면 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네티즌은 “승객들이 가해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 소장 태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승객들은 죽다 살아난 듯한 느낌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사진에 나온 여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승객들이 항의했는데 여자분만 사진이 찍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도 한 네티즌이 당시 버스에 탔던 승객과 스마트폰으로 대화한 화면을 공개했다.
버스에 탔다는 승객은 “(여자) 사진 찍은 사람이 글 올렸던데 현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비난의 화살이 여성에 쏠린 것을 안타까워 했다.
해당 글을 본 네티즌들은 자극적인 글과 사진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인터넷 문화를 질타했다.
mlb****는 “(나는) 승객 측 입장도 들어 봐야 된다고 얘기 했다가 비난만 받았다”면서 “네티즌들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처럼 의도치 않게 가해자로 둔갑한 사례는 많다.
지난 13일 유명 포털 게시판에는 대구 지역의 한 병원 응급실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의사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서울에서 뇌수막종 재수술을 받은 어머니가 일주일 뒤 고향인 대구의 한 병원에 방문한 내용과 함께 병원과 의사의 실명을 밝혔다. 보호자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보호자 동의 없이 의사 마음대로 실밥을 풀었다는 것이다.
게시자는 “이 같은 사실을 따지자 의사가 보호자를 폭행했고 경비까지 몰려와 쫓겨났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14일 당사자인 의사가 직접 해명글을 올리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의사가 올린 글에 따르면 환자는 보호자 없이 내원해 “(서울 병원에서) 지방에 내려가 소독도 하고 실밥을 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의사는 상처 부위를 본 뒤 충분한 설명과 함께 조치를 취했다.
이후 이 의사가 퇴근한 뒤 보호자들이 병원을 찾아와 뒤집어 놨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도 “한 쪽 이야기만 들으면 안된다”, “이런 글 올릴 땐 무고한 피해자인 척 한다”며 피해를 주장한 게시자를 비난했다. 이후 피해를 주장한 글은 삭제됐다.
같은 날 또 다른 유명 포털 게시판에도 한 네티즌이 ‘수돗물에서 모기 유충이 나왔다’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호된 질타를 받아야 했다.
네티즌들은 “자신의 집 물탱크부터 확인해라”, “모기가 수도처리장에 알을 까고 약품을 견뎌내 부화한 뒤 그 모기가 긴 수도관을 따라서 이동해 (당신 집에서) 검출될 확률은 없다”는 등 일방적인 주장은 자제하라는 글을 올렸다.
이 같은 현상에 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는 “온라인에는 수 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있다”며 “인터넷 폐해가 커지면서 이를 막기 위해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보다 나은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