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어느 순간 한국 사회에서 이슈로 떠오른 학교 폭력을 정면으로 다룬다. 그러나 연극에서 보여준 학교 폭력의 중심에는 ‘학생’이 아닌 ‘부모’가 서 있다.
어느 날 강남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학교 상담실에 자살한 학급의 학생들 부모들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영문도 모른 채 상담실을 찾은 이들은 이내, 자살한 학생이 편지(유서)에서 자신들의 아이들 이름이 거론됐고 그 아이들이 ‘왕따’와 ‘괴롭힘’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부모들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려) 한다.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급기야는 자살한 학생의 가정사와 품행을 거론하며 ‘불량한 학생’이었다는 분위기까지 조장한다. 자살한 아이의 편지 내용은 극구 부정하다 못해 찢어 먹거나 불태우기까지 하면서, 격리된 자신들의 아이들이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고 입 맞춘 내용에는 ‘거 봐라, 우리 아이들이 그러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느냐’라고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연극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들의 태도를 반성하지 않는 ‘괴물 아이’들의 탄생한 이유가 바로 ‘괴물 부모’ 때문이라고 말한다. 관객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상 이 연극이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과 기대되는 관객들의 반응은 ‘표면적’으로는 여기서 끝난다. 아이들의 학교 폭력 이면에는 부모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교육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발자국 옆으로 옮겨 현실로 돌아와 ‘내가 저 상황이라면?’이라는 대입을 시켜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극중 부모의 존재는 자식에게 끝까지 믿어주는 존재라는 인식을 줘야한다는 언급은 관객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고민과 함께, 그들이 잘못된 길을 걸어가는 것을 전적으로 부모의 영향이라고만 판단내릴 수 있는가의 문제가 생긴다.
특히 과거와 달리 다매체로 인해 부모의 판단과 경험보다 외부의 판단과 경험이 더 영향을 미치는 현 상황에서 부모의 존재가 자신의 아이에게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지 까지 고민케 한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전달하는 메시지 밖의 메시지를 더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다.
하타자와 세이고 원작, 김광고 연출, 손숙, 김재건,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손종학, 신덕호, 이선주, 김난희, 백지원, 우미화, 서은경, 안중형, 최승미 출연. 오는 7월 29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
사진=신시컴퍼니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