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역사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 세상에 없다. 자칫 역사가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그 본질을 오해했기 때문이다. 역사란 기본적으로 인간의 발자취에 대한 기록이므로 흥망성쇠나 희노애락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응축해 담고 있다. 무엇보다 역사서에 담긴 수천년에 걸친 치열한 권력다툼은 흥미진진하기 짝이 없다.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일도 드물지 않은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두 읽어 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11권짜리 만화책으로 나왔다.
데즈카 오사무(1928∼89)와 더불어 일본의 만화 거장으로 손꼽히며, 우리에게는 ‘철인 28호’와 ‘요술공주 샐리’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츠테루(1934∼2004)가 남긴 필생의 역작을 시공사가 최근 국내 초역해 선보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본기(本紀), 세가(世家), 열전(列傳), 서(書), 표(表) 등 모두 130권, 52만6500자로 이뤄진 사기를 인물 중심으로 편성하고 10권의 본편과 1권의 열전(列傳) 등으로 묶었다.
상고(上古)의 황제로부터 한 무제까지 2000여년에 이르는 방대한 사적을 담은 사기를 11권 만화책으로 엮었지만 책을 펼치면 교훈이 가득하고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주옥 같은 고사성어와 격동의 시대를 온 몸으로 헤쳐간 영웅호걸과 지략가들의 힘겨루기가 펼쳐진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 한 인물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니.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지역명과 나라명 등이 숱하게 나오는만큼 만화 곳곳에 정세 지도가 있어 읽기 편하다. 고대사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이나 휴가지 혹은 출퇴근 길에서 간편하게 읽을 책을 찾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다만 만화 특성상 수많은 등장인물이 비슷하게 묘사돼 있는 점은 아쉽다.
일본 만화 전문가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20세기 소년’ ‘미스터 초밥왕’ ‘기생수’ ‘강철의 연금술사’ 등을 번역한 서현아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