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는 뮤지션이자 엔터테이너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박진영이 주연을 맡아 일찌감치 눈길을 모은 작품이다.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인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영화는 제목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5백만 불을 두고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는다. 로비스트인 박진영은 친형처럼 따르던 상사 한상무(조성하)의 배신으로 얼떨결에 로비자금 500만 불을 들고 도망치는 최영인으로 분한다.
그는 기존에 선보였던 카리스마를 내던지고 코믹 캐릭터를 택했지만, 몸 개그를 펼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상사의 말에 복종하는 온순함과 정의와 자유, 우정과 의리를 생각하는 진중함을 가진 인물을 그려냈다.
물론 간혹 망가지는 모습은 등장한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는 기본이고 특히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핫바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눈빛은 압권이다. 첫 스크린 연기이고 노력한 부분이 역력히 보이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드라마의 흐름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대사 처리와 감정 전달에 있어 부족함이 엿보인다.
그의 연기력을 떠나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헐거운 스토리 진행이다. 한상무와 영인의 쫓고 쫓기는 대결구도 속에 불량소녀 미리(민효린), 경찰, 깡패 등이 등장해 극을 풍요롭게 하지만 하나로 어우러지는 느낌이 아니라 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 이에 더해 위기 상황마다 우연히, 너무나도 쉽게 빠져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또 동료의 죽음을 계기로 삶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간다는 스토리는 충분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다고 코미디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도 아니다. 박진영의 외모를 두고 ‘이주 노동자’ ‘외국인’을 닮았다는 설정이 실소를 자아나게 하지만 그 외에 크게 웃을 수 있는 웃음 포인트가 없다. 어느 것 하나에 주력하지 못한 영화는 코미디도 드라마도 아닌 산으로 가버린 느낌이다.
단지 조성하, 오정세, 조희봉 등의 조연이 통통 튀는 캐릭터로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민효린은 사랑스러운 불량소녀로 분해 ‘써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십분 발산한다.
‘7급 공무원’ ‘추노’의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김익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9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