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왜 찔렀냐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 울산 슈퍼마켓 묻지마 칼부림 끔찍한 경험담 눈길

“우리 엄마 왜 찔렀냐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 울산 슈퍼마켓 묻지마 칼부림 끔찍한 경험담 눈길

기사승인 2012-08-23 15:19:00

[쿠키 사회]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충격을 주는 가운데 최근 울산의 한 슈퍼마켓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행의 피해자 가족이 끔찍했던 사건 당시 상황을 인터넷에 상세히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네티즌 A씨는 22일 저녁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묻지마 범죄 남의 일인 줄만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부모님이 당한 묻지마 범행의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A씨는 “세상 정말 무섭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묻지마 사건이 저희 가족에게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운을 뗀 뒤 “어제(21일) 사건에 대해 들은대로 쓴다”고 적었다.

A씨에 따르면 묻지마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 이모(27)씨는 A씨 부모가 운영하는 울산시 중구 소재 슈퍼마켓의 단골로 21일 오후 9시반쯤 슈퍼마켓에 들어와 카운터 뒤쪽 염색약 코너로 걸어왔다.

A씨 부모가 방심하는 사이 이씨는 느닷없이 A씨의 모친에게 칼을 휘둘렀다. 아내의 비명소리에 놀란 A씨의 부친은 재빨리 물건을 걸 때 사용하는 기구를 이용해 이씨를 코너로 몬 뒤 아내와 함께 가게를 빠져나왔다. 순식간에 가해자가 슈퍼마켓 안에 갇힌 꼴이 된 것이다.

주민들이 야구방망이 등을 들고 나와 이씨의 도주를 막는 동안 A씨 부친은 경찰에 신고했다. 그 사이 이씨는 태연히 슈퍼마켓 안의 빵 등을 챙겼으며,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안에서 문을 잠근다며 문고리를 노끈으로 감기도 했다고 A씨는 설명했다.

A씨는 가해자 이씨가 검거된 뒤 더욱 무서운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이 이씨에게 왜 그랬냐고 물으니 이씨는 ‘그냥’이라고만 대답했다고 한다”며 “그냥 사람을 죽이러 오면서 이씨는 과도와 식칼, 망치, 공업용 커터칼, 주먹만한 돌 두개, 청테이프, 노끈 등을 지니고 있었다. 다행히 부모님이 대응을 잘해서 그랬지 자칫했다간 저는 졸지에 고아가 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A씨에 따르면 이씨는 전형적인 고립형 외톨이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번씩 슈퍼마켓을 들려 물건을 사갔다. 그동안 가족의 도움으로 살다 최근 지원이 끊겼고, 며칠 전에는 동전으로만 1800원을 들고 와 빵과 우유를 사갔다. 이씨는 경찰에서는 배가 고파 교도소에 들어가려고 살인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끝으로 “묻지마 범죄가 남의 일인 줄 알았다”며 “장사하시는 분들은 아무리 단골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항상 경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묻지마 범행의 끔찍한 전말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은 “자살률도 높고, 아무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사람들도 많고… 대한민국은 이제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되는 것 같다”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다행이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경찰은 23일 살인미수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이씨에 대한 정신감정 의뢰도 검토하고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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