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난 11일 한 고등학생 트위터에 “미친 우리 학교 선생들, 이 지역 대학에 돈 받았나, XX,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을 왜 지방대에 보내려고 안달들이야, XX”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학교를 향한 욕설도 섞여 있었다. 다른 트위터에도 “담탱이(‘담임선생’의 은어)의 야한 농담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자격도 없는 선생XX들이 모여 있다”는 등 학교를 비방한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 A고등학교 학생은 페이스북에 학교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선생이 한 출판사로부터 돈을 받고 해당 업체에서 발행한 문제집을 보조교재로 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학생의 담임은 이 글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글을 삭제하라고 한 뒤 학생을 훈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교장은 담임과 학생을 불러 놓고 “SNS에 학교 비방 글을 올리는 게 학교 이미지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아느냐”며 꾸짖었다.
학교나 교사에 대한 불만을 트위터 등 SNS에 쏟아내는 학생들 때문에 학교와 교사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일부 학생은 학교를 ‘일진 소굴’ 등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지역 한 고교 교사는 “페이스북에 감정적으로 학교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올 땐 정말 당황스럽다”며 “페이스북을 통제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학교 비방 글 때문에 난감한 건 대학도 마찬가지다. 특히 특정 대학을 악의적으로 헐뜯는 ‘대학 훌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자신이 다니는 대학과 경쟁관계인 대학에 대해 “취업이 안 된다”거나 “입시 성적이 B대학보다 낮다”는 식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특히 다음 카페 ‘훌리건 천국’이나 디시인사이드 등에선 경희대와 아주대 간의 비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희대 국제캠퍼스 총학생회는 경희대의 본·분교 문제와 입시 순위를 지속적으로 비난한 네티즌 5명을 경찰에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대학 측도 ‘훌리건’ 감시 시스템을 가동키로 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그동안 총학생회 차원에서 모니터링 작업을 해왔지만 매년 학생회가 바뀌다 보니 연속성이 떨어졌다”며 “교내에 전담자를 두고 학교 차원에서 인터넷 비방에 대한 대응체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주대 홈페이지 ‘아주존닷컴’의 사이버수사대 게시판에도 이 학교를 비방한 ‘훌리건’에 대한 제보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설된 이후 현재까지 95개의 훌리건 신고 글이 올라왔다. 아주대 관계자는 “특히 SNS의 경우엔 비방 글 모니터링도 쉽지 않고 대응도 어려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도 ‘훌리건’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 대학은 지난해 12월 ‘ROTC 없는 이화여대’ ‘이대에서 수류탄 발견’ 등을 제목으로 한 기사에 이 학교와 학생들을 싸잡아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단 네티즌을 경찰에 고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