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대회 ICOM서 ‘공황장애’ 한약으로 치료 발표 눈길
[쿠키 건강] 지금껏 정신질환치료분야에서의 한방치료는 보통 화병과 우울증에 국한돼 왔다. 현대 의학적으로 명확한 치료기전을 입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약을 복용하더라도 치료가 까다로운 정신질환의 특성상 처음부터 양약을 서서히 줄여가는 방법을 고수할 수밖에 없어 한방치료의 효과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6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이하 ICOM)’에서는 순수 한약처방만으로 공황장애 환자를 호전시킨 사례와 그 원리를 규명한 논문이 소개돼 관심을 끌었다.
논문 발표자는 노영범 부천한의원 원장(대한상한금궤의학회 회장). 노 원장은 이날 ‘영계감조탕 투여로 치료된 공황장애 환자사례 분석 및 처방의 작용기전 고찰’을 주제로 한약재 복령, 계지, 감초, 대조가 처방된 ‘영계감조탕의 효능’과 더불어 치료기전을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영계감조탕은 ‘상한론’과 ‘금궤요략’에 수록된 처방으로 자율신경 조절 이상으로 생기는 가슴 두근거림, 근육경직, 두통, 어지럼증, 과 호흡 등 공황장애로 인한 신체증상들을 호전시키거나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원장은 치료기전을 현대 의학적으로 풀어냈다. ‘복령’은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고 ‘계지’는 체표대사의 이상으로 고장 난 인체체온조절기능을 정상화시키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또 감초와 대조는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킨다고 했다.
보통 한의학적 치료기전을 설명할 때 주로 활용하는 ‘음양오행’, ‘오장육부’, ‘경락’의 개념은 사용치 않았다. 이에 대해 노영범 원장은 “상한론과 금궤요략은 동의보감과 달리 증상에 맞는 해당처방을 직접적으로 기술한 실용한의학서로 현대 의학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향후에는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좀더 정확한 치료기전을 밝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양약 병용이 아닌 순수 한약처방을 적용한 것에 대해 그는 “모든 정신질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한약처방만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부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약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환자와의 신뢰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ICOM은 1976년 제1회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올해에는 1만6000여명의 의학자들과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국(WHO WPRO),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등 11개국 보건부 장·차관이 참석했을 만큼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