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햄버거 판매업체인 롯데리아가 지난 4월 4일자로 공개한 2011년도 감사보고서의 머리말 첫 문장이다. 순우리말인 글자와 회사 이름, 숫자를 빼곤 모두 한자다. A4용지 65쪽짜리 보고서는 마지막 장까지 웬만한 사람에게는 암호문에 가깝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확인 결과 롯데칠성의 자회사 씨에이치음료를 비롯해 한국후지필름, 충북소주, 부산하나로카드 등 다른 비상장기업의 공시 보고서도 롯데리아와 비슷하다.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기업 정보를 공개한다는 공시 취지를 무색케 하는 표기 관행을 고수한 것이다.
현행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은 상장기업의 공시 보고서를 가급적 한글로 쓰도록 하고 있다. 외국회사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경우에만 영문 작성본을 첨부하는 식이다. 다만 비상장기업은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한자로 도배된 공시 보고서를 고집하고 있다.
롯데리아와 한국후지필름 등은 일본 기업과의 연계성 때문에 한자를 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現金흐름表’나 ‘通貨스왑契約’처럼 순우리말(흐름)과 영어(스왑)를 남기고 한자로 바꿔 쓰는 방식은 억지스러울 뿐더러 설득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당국은 최근 회계기준원, 공인회계사회 등 회계 관련 기관과 13개 주요 회계법인에 비상장법인의 감사보고서를 한글로 쓰도록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방식이지만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고 기업과 회계법인들도 한글 작성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상장기업 중에서도 일부 업체는 각종 보고서를 한자 위주로 작성하고 있었다.
금감원은 상장기업 공시를 수시로 살펴 외국어가 불필요하게 사용된 경우엔 개선토록 지도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