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위한 농협이야? 농민 살림은 팍팍한데…

누구 위한 농협이야? 농민 살림은 팍팍한데…

기사승인 2012-10-14 23:03:00

[쿠키 경제] 농민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설립된 농협이 농민 지원보다는 임직원 혜택만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무 이상 임원급 숫자가 최근 2년 사이 배 이상 늘었고,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가 인구는 급감하고 있는데 농협 임직원 수는 매년 늘었다.

12일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봉 1억원 이상 받은 농협 임직원은 2334명에 달했다. 2009년 622명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들이 받는 평균 연봉도 증가했다. 지난해 농협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7010만원으로 2009년 5585만원보다 1500만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농가 평균 소득은 3015만원, 평균 빚은 2603만원이었다.

국내 농가 인구는 1980년 1082만명, 올해 290만명으로 30여년 만에 73%나 감소했지만 농협 임직원 수는 1980년 3만7511명에서 올해 8만907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농협은 지난 3월 1일 사업 구조를 개편하면서 임원 수를 대폭 늘렸다. 농협 임원은 개편 이전 53명이었으나 개편 후 108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상무나 부행장급 집행간부도 15명에서 33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직원은 1만8148명에서 1만8549명으로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농협 임직원은 풍성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농협은 임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 주면서 대출 이자의 2.87%를 따로 지원해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농협 임직원들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실질 이자율은 2.24%에 불과했다. 2009년과 2010년엔 실질 이자율이 각각 1.96%, 1.76%로 1%대를 기록했다. 농협이 이렇게 보전해 준 금액은 최근 5년간 142억원이었다.

자녀 학자금 지원에도 씀씀이가 컸다. 농협이 최근 5년간 임직원 자녀에게 지원한 학자금은 1284억원이었다. 농협은 직원의 취학 전 자녀에게 월 13만원씩 지원하며 5년간 149억원을 썼다. 직원 자녀의 중·고·대학 해외유학 자금도 학기당 633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해 5년간 765명에게 30억원을 대줬다. 농협은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면서 연말정산 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연 900만원까지는 일반 경비로, 초과 금액은 사내기금으로 지원하는 편법도 동원했다.

반면 최근 5년간 농민에 대한 장학금 지원은 176억원에 불과했다. 농협 직원과 달리 농민 자녀 장학금은 대학교로 한정했고, 금액도 학기당 300만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농협 직원들은 지원 자격이 없는 반면 농민 자녀는 직전 학기 B학점 이상, 성적 백분율 80점 이상으로 제한해 올해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1명만 지원받았다.


농민 재교육 등을 위한 교육지원사업비는 오히려 줄였다. 농협의 교육지원사업비는 2005년 3390억원에서 2008년 3116억원, 지난해 2746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농협이 보유한 골프회원권은 43좌수 406억원에 이르고, 콘도회원권도 450좌수 160억원에 달했다.

홍 의원은 “농협은 농민이 아니라 농협 임직원을 위한 농협”이라며 “임직원의 처우개선에 앞서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농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농협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조현우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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