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퐁당퐁당’ 상영 논란, 이대로 괜찮은가?

영화계 ‘퐁당퐁당’ 상영 논란, 이대로 괜찮은가?

기사승인 2012-11-16 08:48:02

[쿠키 영화] 교차상영 논란을 겪은 영화 ‘터치’의 민병훈 감독이 지난 15일 자진해서 이 영화의 종영을 선언하며 일명 ‘퐁당퐁당’ 상영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퐁당퐁당’은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교차 상영하는 것을 말하는 영화계 은어다.

‘터치’의 주연배우 김지영은 지난 14일 200여 명의 지인과 단체관람을 하며 스크린 사수에 나섰다. 그러나 15일 오전 ‘터치’는 전국 12개 스크린에서 하루 1~2회 미만의 상영이 결정됐다. 이에 민병훈 감독과 배우 유준상, 김지영은 ‘차라리 종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배급사에 종영할 것을 통보했다.

영화가 ‘퐁당퐁당’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시간대인 조조와 심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며, 1일 3회 이상 상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표면상 스크린 수가 수백 개에 이르더라도 실제로는 해당 스크린 수만큼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영화의 흥행과 직결되고 ‘퐁당퐁당’으로 배치받은 영화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터치’ 민병훈 감독 역시 “서울에 사는 지인이 14일 오후에 ‘터치’를 보러 롯데시네마 부평까지 갔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는 비단 ‘터치’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사물의 비밀’의 이영미 감독은 예정된 개봉관 숫자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개봉관 수와 열악한 대우에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상업영화 중에서 광고비를 많이 쓴 영화가 ‘퐁당퐁당’을 당하는 경우는 지극히 적다. 광고비를 많이 쓴 영화는 관수도 10배에서 20배 이상 많이 받는다. 우리 영화가 20개관에서 개봉하면 그 영화들은 200개나 400개관에서 개봉하니 게임 자체가 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광고비를 많이 사용할 수 없는 ‘작은 영화’의 경우에는 관객의 입소문을 의지해야 하지만, 극장에서 그럴 수 있는 시간조차 제공해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과 톱스타 송혜교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영화 ‘오늘’과 장나라가 주연을 맡고 아버지인 주호성 대표가 제작한 ‘하늘과 바다’, 조재현과 윤계상이 주연을 맡은 ‘집행자’ 등 많은 영화들이 이런 영화계 현실 앞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물론 배급사와 극장은 수입을 무시할 수 없기에 관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예산 영화는 교차 상영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작은 영화’는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를 박탈당한다. 작품과 예술성은 뛰어나도 상업적 측면을 충족시켜주는 데 한계가 있어 외면받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결국에는 다양성 영화의 부재를 초례하게 된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수차례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 같은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제32회 영평상 시상식에서도 “백성의 억울함을 말하는 영화가 극장 독점을 통해 영화인들을 억울하게 한다”면서 CJ 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꼬집었다.

실제 자신의 영화 ‘피에타’는 개봉 4주차를 기해 상영을 종료했다. 그러면서 다른 ‘작은 영화’들에게 상영 기회가 돌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교차 상영과 외곽지역에서 상영되는 외곽상영은 정말 문제가 많다. 죽은 상권에 물건을 가져다 놓고 사가라고 하는 격이다”면서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대기업 배급망에서 실제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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