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칼럼-장미인애]⑤ 박유천-송옥숙 애정신(?), 보기만 해도 훈훈해

[스타 칼럼-장미인애]⑤ 박유천-송옥숙 애정신(?), 보기만 해도 훈훈해

기사승인 2012-12-21 15:01:01

<책을 내거나 전문적인 글을 써본 적은 없지만,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친분이 있던 작가 원태연이 그의 글을 읽고 “이렇게 글을 잘 쓸 줄 몰랐다”며 놀랐다는 일화도 있다. 데뷔 10년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배우 장미인애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지난 주 은주는 엄마(송옥숙)에게 정우(박유천)를 붙잡아야 하겠다며 속마음을 드러냈다. 은주는 14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더듬어 보면 이 장면이 미어지게 아프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의 자리에 은주는 정우를 채워 넣었다. 수연이(윤은혜)를 잃은 자리에는 엄마를 채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분명 은주는 이 두 사람이 더 이상 빈자리에 채워진 사람들이 아닌 마냥 엄마 같고 또 마냥 친구 같은 혹은 연인 같은 그런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은주는 그들의 곁에 살고 있었지만 헤어진 수연 보다 더 큰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장면을 연기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정우가 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찾아줄 거라고 그리고 잃어버린 수연이를 찾아줄 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내 옆에 있어야 한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정우를 좋아했으니까. 하지만 엄마의 말과 눈빛에 내 자신이 동조하고 있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장면을 찍을 때마다 송옥숙 선생님께서 정말 엄마처럼 따뜻하게 다독여 주시니까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다. 따뜻한 선생님은 14년 동안 살아온 고통과 슬픔을 그대로 연기로 표현 하시니 함께 하는 배우들이 몰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하신다. 정우와 엄마의 따뜻한 애정신(?)도 보기 훈훈하고 즐겁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아도 알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다. 그렇다. 은주는 알고 있다. 이제 엄마도 정우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특히 정우는 마음 한번 고백해 보지 못하고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정우는 처음부터 수연과의 연결된 실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래서 마지막 발악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은주 시점에서 보면 그저 내 마음 속에서만 앓고 내 마음 속에서만 요동치고 내 마음 속에서만 존재하는 정우를 향한 마음이 이제는 조금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이가 수연이란 걸 알게 되면 자매 같았던 옛 친구를 만난 마음이 더 반가울지 정우에 대한 상실감이 더 클지 나조차도 가늠하기 힘들다.

주 형사 형과 술을 엄청 마시지 않을까. 정우에게 애인이라고 말하고 우리 가족에게는 큰 아들처럼 드나드는 형에게 사실 은주는 많이 기대고 있다. 하지만 형은 형이니까. 그렇지만 언제나 우리를 웃게 해주고 믿음을 주고 든든한 울타리 같았던 형이기에 함께 슬퍼하며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좋은 반창고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나는 화난다고 술을 마시는 타입은 아니라서 은주와는 다르지만 어느 정도 공감은 간다. 최근에 화나고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생애 처음으로 불닭발에 도전해 다음날 속 쓰리고 맘 쓰리고 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내 몸 해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은주의 사랑은 떠나가고 나는 2012년을 떠나보내는 상실의 12월 몸을 헤치는 일보다 더 건전하고 생산적인 일로 슬픔을 달래야겠다.

글=장미인애

사진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정리=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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