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젊은층의 허탈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대쪽에선 이런 글이 보기 싫어 SNS를 끊겠다는 사람들도 나오는 등 이념·세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3일에도 SNS에선 박 당선인에게 투표한 이들을 비난하거나 ‘이민을 가야겠다’는 등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해진 규칙에 따라 당선된 후보를 왜 비난하느냐’ ‘타인의 정치 성향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는 등의 반박 글도 줄을 잇는다. 지지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SNS에서 친구사이를 끊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학교 내부에 붙인 대자보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서울 K대의 민모(21)씨는 선거 다음날인 20일 학내 게시판에 ‘박근혜 당선을 맞이하는 심정’이라는 제목의 빈 대자보를 붙였다. 이를 두고 학교 인터넷에선 ‘이렇게 어이없는 대자보는 처음 봤다’ ‘대자보가 뭐가 문제냐’는 식의 사이버 공방이 벌어졌다.
세대 갈등도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23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우리나라 노인이 갖고 있는 복지의 개념은 빨갱이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뜩이나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지하철공사에서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해주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20일 시작된 이 서명 운동은 이틀 만에 당초 목표인 8888명을 넘겨 9000여명이 서명했다. 보수 집권에 대한 반발심을 노인에게 돌려 ‘버스·지하철에서 자리 양보하지 않기’ ‘재래시장 대신 대형마트 이용하기’ 등을 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상에서 분노를 표출하기보다 공식적인 정치의 장에서 의견을 개진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등록금, 취업 등의 문제 해결을 기대했던 젊은층이 상실감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나 김유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