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변인은 봉투를 밀봉한 테이프를 뜯어낸 뒤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비롯해 14명 명단을 읽어 내려갔다. 기자들이 “대변인도 인사 명단을 지금 본 거냐”고 묻자 그는 “인사에서 보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지금 여러분들 앞에서 공개했다”고 답했다. 발표 시간도 정오 무렵에야 확정됐다. 24일 비서실장 및 대변인 인사가 오후 6시에 느닷없이 발표된 것과 비슷하다.
극도의 보안 때문인지 윤 대변인은 인선과 관련해 별로 아는 게 없었다. 발표문을 다 읽자 질문도 받지 않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기자들 요청에 다시 단상에 올라 질문을 받았지만 그는 “정보가 없다” “말씀드리기 어렵다”를 연발했다. 국민대통합위원과 청년특별위원들이 ‘인수위원’이냐, 아니냐의 기본적 문제를 놓고 기자들과 윤 대변인은 장시간 이런 대화를 나눠야 했다.
-특위가 인수위 산하 조직인가? “산하나 소속이 아니라….”
-그럼 병렬 구조인가? “병렬이냐, 산하냐 따지지 말고.”
-기구표를 그린다면? “특위 위원장이 어디 밑으로 들어가는 개념이 아니라.”
-특위 멤버는 인수위원이 아닌 건가? “그렇다, 아니다, 그렇게 말씀드릴 순 없다.”
-그럼 인수위 총원에 특위 멤버가 포함되나? “그건 기사 쓰기 나름이지.”
-포함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추가 인선 발표 시점에 대해서도 윤 대변인은 “(박 당선인이) 밀봉해서 주시면 제가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발표된 인선 내용을 놓고 혼란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발표도 같은 ‘밀봉 스타일’로 이뤄지리라고 예고한 것이다. 윤 대변인의 첫 브리핑이 끝나자 “인사 발표가 꼭 검찰 수사 발표 같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 당선인에게는 ‘봉투여왕’이란 별명이 추가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유성열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