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MB맨 4대천왕 “나 떨고 있니”

금융권 MB맨 4대천왕 “나 떨고 있니”

기사승인 2012-12-27 20:36:01
[쿠키 경제] 금융권에서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어 소위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리는 MB맨들의 입지가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4대 천왕은 어윤대 KB금융, 강만수 KDB금융,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김승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현직 회장이 모두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각 금융그룹도 술렁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높은 예금금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 뱅킹에 대해 적자 영업을 하는 역마진 구조라고 결론지었다. 이 상품은 예금자가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은행 직원이 직접 찾아가 계좌를 개설해주고, 예금금리도 연 3.8%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어서 인기가 높았다.

지난 9월 출시된 이 상품은 1년여 만에 수신액이 7조원에 이르면서 강만수 회장의 대표작으로 회자됐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역마진 구조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금융당국 등은 문제 삼지 않았다. 정권 실세인 강 회장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강 회장은 현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이런 배경 탓에 감사원이 뒤늦게 강 회장의 작품에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은 이 대통령의 레임덕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권 교체 시기가 임박하자 금융당국도 금융권 MB맨들로부터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이 2009년 10월 이후 ‘귀족학교’라는 논란을 불러왔던 하나고에 출연한 약 330억원을 은행법 위반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하나고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을 금지시켰다.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김 전 회장이 “자발적 사회공헌”이라고 반박했지만 말발은 먹히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하나고 지원은 3년 넘게 공공연히 지속된 일”이라며 “정권 막바지에 와서야 위법 소지를 따지는 건 레임덕의 일면”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KB금융그룹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도 제동을 걸어 결국 무산시켰다. 금감원은 KB금융이 국민은행 돈을 인수 자금으로 쓰려고 하자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반대했다. 어윤대 회장은 인수에 반대하는 사외이사 앞에서 술잔을 던지며 불평했다가 ‘취중 소동’에 대한 경위서를 금감원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어 회장은 MB정부 초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지냈다.

금융당국의 변심은 우리금융에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은 권혁세 금감원장의 지지를 받아 트러스트앤드리스백(신탁 후 임대) 상품을 내놨지만 신청자가 거의 없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권 원장은 “때를 잘못 잡았다”며 발을 뺐다. 이팔성 회장이 최근 “제도 보완을 위해선 금융당국 협조가 필요하다”고 구애했지만 냉담한 반응만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 금융지주 회장 대부분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승유 전 회장을 제외하고 어윤대·이팔성·강만수 회장은 모두 이번 정부 들어 선임됐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바뀌고 금융 자율성이 훼손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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