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월 서울대공원에서 전문 뱀 사육을 시작한 이씨는 ‘뱀의 해’를 맞은 올해로 벌써 14년째 뱀과 함께 하고 있다. 이씨가 이곳에서 관리하는 뱀은 총 42종 140여마리에 이른다.
이씨는 “처음 대공원에서 뱀을 소개할 때 관람객들은 대부분 뱀을 무서워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이들은 뱀을 보며 울음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뱀 전시관을 둘러보지 않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이씨는 뱀을 친근하게 소개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2005년 뱀을 이용한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씨가 비어있는 바구니에서 뱀을 꺼내면 관람객들은 신기해하며 뱀에게 호기심을 보였다. 이씨는 “마술을 통해 뱀을 소개하면 아이들이 ‘진짜 뱀이냐’며 만져보고 싶어했다”며 “마술을 통해 뱀에 대한 거리감을 많이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비노 버마 왕뱀 ‘꽃순이’는 8년 동안 함께 해 온 이씨의 마술 파트너다. 처음엔 작은 마술 바구니에서 꽃순이를 꺼내들고 관광객들을 놀라게 했지만, 이제는 길이 2m 정도에 두께도 팔뚝 만큼 두꺼워졌다.
경기도 포천 산골에서 태어난 이씨는 어렸을 때부터 마을 뒷산에서 뱀을 흔하게 접했다. 꽃뱀, 살모사, 독사, 구렁이 등 다양한 종류의 뱀을 경험했기 때문에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처음부터 없었다.
뱀 전문가 이씨에게도 아찔했던 경험은 있다. 2006년 뱀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사육장에 들어갔다가 쏜살같이 달려든 아나콘다에게 오른쪽 손등을 물린 것. 다행히 독이 없었고 깊게 물리지 않아 큰 상처가 남지는 않았다. 이씨는 “야생동물은 아무리 익숙하더라도 절대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는 것을 그때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뱀은 사람들이 경계를 하면서 억지로 부자연스럽게 안아 줄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뱀을 안을 때는 아이를 안 듯이 편안한 자세로 안아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