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독주 무너지나… 아웃도어 지각변동 예고

‘고어텍스’ 독주 무너지나… 아웃도어 지각변동 예고

기사승인 2013-02-04 10:51:00
"[쿠키 경제]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고어텍스로 대표되던 기능성 소재를 중심으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경쟁적으로 써왔던 ‘고어텍스’ 사용을 중단하거나 자체 개발 소재 비중을 높이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고어텍스 이탈’ 현상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1972년 미국 고어사가 최초로 생산한 고어텍스는 비바람 등 외부의 습기를 막아주는 ‘방수’, 몸에서 나는 땀을 배출시켜 주는 ‘투습’, 바람을 차단해주는 ‘방풍’ 기능을 가진 섬유로 등산복과 같은 야외 활동에 적합한 의류나 신발을 만드는 데 쓰이는 대표 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모두 11개 이상의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가 출시되는 등 다양한 상표의 등장과 더불어 경쟁구도가 확산되면서 고어텍스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재 개발 노력하는 업체 ‘눈에 띄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컬럼비아는 2011년 가을부터 고어텍스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옴니’라는 자체 개발 기술을 적용한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을 내놓았다. 열 반사 보온 테크놀로지인 ‘옴니히트 리플렉티브’는 은색 점 패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체온을 반사해 보온 효과를 제공하며 재킷이나 장갑, 모자 등 여러 가지 제품의 안감에 적용되고 있다. 고기능성 재킷 겉감에 주로 활용되는 ‘옴니드라이’ 기술은 방수와 투습, 통기성 기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독일 아웃도어 브랜드 잭울프스킨은 방수·방풍·투습 기능이 뛰어난 ‘텍사포아’라는 자체 개발 소재를 기능성 제품에 활용하고 있고, 네파도 2009년부터 고어텍스 대신 자체 원단인 ‘엑스벤트’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국내 토종 아웃도어 업체들도 소재 개발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블랙야크는 지난해 방수·투습·발수 기능을 구현하는 소재인 ‘야크테크’ 등을 선보이는 등 자체 개발 소재 사용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오는 2015년까지 수입 원단 사용 비율을 전체의 20%로 줄이고 자체 개발 소재를 80%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자체 소재를 사용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꼽으라면 레드페이스도 빼놓을 수 없다. 레드페이스는 약 10년 전부터 자체 기술인 ‘콘트라텍스’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수 폴리우레탄의 멤브레인(극히 얇은 피막)을 접착시키는 기술로 구현한 강력한 방수·방풍 기능과 땀을 배출시키는 뛰어난 투습성이 특징이다.

지난해 매출 610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 노스페이스(6450억원)를 빠짝 추격하고 있는 코오롱스포츠는 국내 원단 사용 비중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더불어 올해는 자체 개발 소재 기술인 ‘아토텍’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기능성 소재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아웃도어 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 소재 개발은 그동안 특정 소재 중심의 시장 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껴온 아웃도어 업체들의 지향점”이라며 탈(脫) 고어텍스 현상은 예고된 변화라는 점을 시사했다.

고어텍스 위주에 머물러 있던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아웃도어 소재=고어텍스’라는 공식을 깨고 다른 소재를 사용했지만 비슷한 기능성을 가진 제품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자체 개발 소재인 ‘하이벤트’를 사용한 노스페이스의 여성용 플래시백 재킷은 완판을 기록했을 정도다. 2000년대부터 꾸준히 하이벤트 소재의 기능성 의류가 판매돼 왔지만, 지난해 유독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아웃도어 업계 고어텍스 신뢰 ‘여전’= 한편 이러한 현상을 전반적인 ‘탈(脫) 고어텍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이 레저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도 함께 받으면서 고산·암벽 등반과 같은 극한 운동 외에도 가족 캠핑을 비롯한 취미활동에서의 수요가 늘어 시장이 세분화 되고 있다”며 이를 다양한 소재가 개발되고 있는 배경으로 분석했다.

실제 매출액을 기준으로 국내 10대 아웃도어 브랜드 중 네파와 컬럼비아, 레드페이스 등 3개 브랜드를 제외한 7개 브랜드가 여전히 고어텍스를 기능성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에 새롭게 등장하는 브랜드 중에서도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에 고어텍스를 적용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침낭에 고어텍스를 적용한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마모트는 여전히 고어텍스를 기능성 제품의 소재로 쓰고 있다. 빈폴아웃도어도 지난해 가을 출시한 마룬재킷 등에 이어 올해도 고어텍스를 사용한 의류를 출시한다.

하지만 이미 상당 수 업계 관계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고어텍스 이탈 현상을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단 업체 대표는 “소재 기술과 관련된 인프라 수준이 향상되면서 방수·투습과 같은 고어텍스의 성능을 90% 이상 따라 잡은 소재들이 많이 등장했다”면서 “탈 고어텍스 현상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세계적인 트렌드로 한국에서도 서서히 조짐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선 기자 ujuin25@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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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기자
ujuin25@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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