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분당에 사는 강영자(75·여)씨는 얼마 전 어깨에 역형인공관절수술을 받은 후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며 주변에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다. 강씨는 수술받기 몇 달 전부터 어깨가 뻐근하고 팔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더니 나중에는 통증이 너무 심해 밤에 잠도 잘 수 없는 것은 물론 팔도 안 올라가고 가스레인지 불을 켜는 것조차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정형외과를 찾은 강씨는 의사로부터 퇴행성관절염으로 연골이 닳은 데다 어깨 회전근개가 완전히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고 ‘역견관절치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한 달이 지난 강씨는 이제 웬만한 높은 곳에 있는 물건도 꺼낼 수 있을 만큼 팔이 올라가는 등 일상생활이 달라졌다.
◇어깨도 인공관절수술… 가성마비 환자는 기존 수술로 완전한 회복 어려워= 어깨 관절은 어깨 주변 신체가 제 기능을 하도록 힘과 위치를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팔과 손가락이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부위로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관절염이나 외부충격으로 손상을 입게 되면 극심한 통증은 물론 움직임에 제한을 받아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 어깨인공관절수술을 통해 그 기능을 대신하도록 한다.
최근 강씨가 수술 받은 ‘역견관절치환술(역형어깨인공관절수술)’이 어깨인공관절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름은 약간 어렵고 생소하지만 관절구조와 동일한 모양을 사용하던 기존 수술법에서 발상의 전환을 이뤄 관절구조와 반대되는 모양(역형, 逆形)의 인공관절을 사용해 기존 인공관절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이 수술법은 어깨 부위에만 해당한다.
외부충격이나 퇴행성관절염으로 관절은 손상되고 힘줄은 정상인 경우 기존 방법으로도 어깨 관절 기능이 회복되지만 회전근개 힘줄이 심하게 손상돼 봉합이 어려운 경우 가성마비(신경은 정상이지만 다른 원인으로 마비가 된 증세)가 있는 환자들은 기존 수술법으로 통증은 사라져도 마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 수술법은 힘줄은 봉합하지 않고 손상된 어깨뼈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어깨 관절을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전근개 힘줄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역견관절치환술로 어깨통증과 팔 회전 기능을 동시에 회복하는 최신 수술이다.
◇‘역견관절치환술’ 관절 구조와 반대 모양의 어깨인공관절 수술, 팔 자유롭게 들 수 있게 돼= 역견관절치환술은 한마디로 ‘단순히 손상된 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관절 모양과 반대(역형)되는 인공관절을 넣고 팔을 들어 올리는 역할을 기존의 파열된 회전근개 힘줄이 아닌 삼각근을 이용해 회전근개 힘줄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고안된 수술법’이다.
이 수술법은 첫째, 기존 인공관절 모양과 반대되는 모양의 인공관절을 사용한다. 원래 둥근 모양의 상완골 끝에 반대로 오목한 소켓 모양의 인공관절 부품을 넣고, 견갑골의 오목한 부위에는 볼록한 공 모양의 인공관절 부품을 사용해 어깨를 올리도록 힘을 받쳐주는 회전중심축, 즉 지렛대 위치를 어깨 안쪽으로 옮긴다.
이때 상완골을 아래쪽으로 옮겨 팔을 올리는 각도가 조금 더 넓어지도록 한다. 역형인공관절의 위치나 각도에 따라 수술성공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수술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둘째, 손상된 회전근개 힘줄 기능을 포기하고 회전근개 위에 있는 삼각근을 이용해 회전근개 힘줄의 기능을 대신 할 수 있도록 한다. 삼각근은 쇄골 바깥쪽부터 상완골에 걸쳐 어깨 곡선을 만드는 근육이고, 회전근개 힘줄은 어깨와 팔을 연결해 팔을 여러 방향으로 돌리거나 회전할 수 있도록 하는 4개의 힘줄이다.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물건을 집거나 세수, 팔을 들어 올리는 등 일상적인 생활 자체도 힘들어진다.
역견관절치환술이 가능한 환자는 회전근개 힘줄이 파열돼 봉합이 불가능하고, 그로 인해 어깨를 들어올리기 힘든 가성마비가 있는 고령의 환자 중에서 삼각근은 정상이어야 한다. 또한 다른 어깨 수술 등 1차 수술이 실패해 다른 방법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도 가능하다. 수술 후 2~3일이면 통증이 회복되고 4주 정도 후면 가성마비가 있던 팔을 들어 올리고 일상생활 하는 데 불편이 없어진다.
◇합병증 위험 등 난이도 높아, 의료진 선택에 신중 기해야= 그러나 어깨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한 모든 환자가 이 수술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급성감염이 있거나 젊은 층인 경우 회전근개 봉합이 가능하고 가성마비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치료법을 택해야 한다. 특히 젊은 층은 회전근개 봉합이 불가능하더라도 타가조직이식술 등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고 인공관절수술의 수명이 10~20년인 점으로 미뤄 재수술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다른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역견관절치환술은 수술법이 고난이도로 대학병원을 포함해 국내에서 집도할 수 있는 의료진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여우진 바른세상병원 원장(관절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역견관절치환술이 국내에 도입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기존 인공관절수술처럼 장기적인 예후는 지속적으로 관찰중이지만 현재 어깨인공관절수술 방법으로는 가장 선두적인 치료법이다”며 “의료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전문 의료진들의 실력도 발전하고 있어 역견관절치환술이 향후 어깨인공관절수술의 보편적인 수술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