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학생 “쉬는 시간 교실안서 가장 많이 때려요”

학교폭력 가해학생 “쉬는 시간 교실안서 가장 많이 때려요”

기사승인 2013-03-17 20:14:01
[쿠키 사회] “쉬는 시간, 선생님 없는 교실이 바로 학교폭력의 사각지대죠. CCTV 늘린다고 학교폭력 절대 못 잡습니다.”

서울 응암동 서부교육지원청 Wee센터에서 지난 15일 만난 학교폭력 가해 고교생 A군(17)은 “CCTV 대수를 늘리거나 화질을 개선해 학교폭력을 잡겠다는 어른들의 발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곱상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 때문에 겉모습만 봐선 결코 학교폭력에 가담했을 것 같지 않았다. A군은 그러나 3년 전 중학교 시절 동급생들을 괴롭힌 게 적발돼 위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A군은 “한 친구가 지저분하고 못생겨서 그냥 보일 때마다 때리고 삥을 뜯었다(돈을 빼앗았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에게는 게임을 대신 하게 한 뒤 ‘점수를 높여놓으라’고 윽박질러 그 친구가 무서워서 5일이나 학교에 못 나온 적도 있었다. A군은 “하지만 위센터 선생님을 만난 이후 친구들을 때리거나 괴롭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미라 센터장은 “A군이 폭력적인 편부슬하에서 자라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낮았다”며 “그러나 상담을 통해 많이 고쳐졌고, 이제는 오히려 교실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중재에 나설 정도”라고 귀띔했다.

A군은 “당시 학교엔 매점 뒤편과 주차장 쪽 단 2곳에만 ‘흡연을 잡기 위한’ CCTV가 있었다”며 “일진들이나 ‘짱’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장소에서 폭력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A군이 지목하는 학교폭력의 사각지대는 바로 교실, 복도, 화장실 3곳이다. 학생 인권이나 교권 침해 논란 등으로 CCTV가 설치되기 어려운 곳들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중·고교생 1만59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학교폭력을 가장 많이 당한 곳으로 ‘교실 안’(38%)이 꼽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A군은 “등잔 밑을 살필 수 있는 건 오직 ‘선생님의 눈’”이라며 “직접 가해자가 되어 보니 CCTV보다 선생님이 한번 교내 순찰을 도는 게 학교폭력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박 센터장도 “교사의 관심과 소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굳이 CCTV 설치를 늘린다면 복도가 나을 것이라는 제안도 했다. A군은 “쉬는 시간, 교실 문을 닫고 친구를 때리거나 화장실에서 크게 싸움이 벌어지면 이걸 보기 위해 복도에 구경꾼들이 20∼30명 우르르 모인다”면서 “복도에 CCTV를 설치하면 당장 학교폭력의 50%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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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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