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보자는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근무했다. 대기업과 해외금융자본의 법정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런 그를 재벌과 싸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으로 앉혔을 때부터 참사는 예고됐다.
김 후보자는 이에 더해 해외에서 받은 수임 및 자문료를 국내 계좌가 아닌 해외 계좌로 보유해 수억 원대의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추가 보도됐다. 보도 직후 한 후보자는 반나절을 넘기지 않고 그동안 유지하던 후보자 직함을 던져버렸다.
야당은 그저 비판만 하지 않는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같은 일이 5년 내내 반복될까봐 두려워한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시스템 검증이 아닌 수첩만 바라본 나홀로 밀봉 인사로, 국민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진 무자격, 부적격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인사 참사 사례를 하나하나 열거했다. 정 대변인은 “김용준 국무총리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했고, 밤샘 청문회까지 했던 김병관 국방 후보자는 비리 의혹 백화점이란 평가를 받고 사퇴했다”면서 “특히 성접대 의혹으로 사퇴한 김학의 법무차관의 경우는 참사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인사 시스템의 무능”이라고 규정했다.
정 대변인은 “지역 출신학교 성별에 대한 안배와 배려가 전혀 없이 균형과 공정을 상실한 박 정부의 인사는 향후 국정운영이 견제와 제어 기능을 상실한 채 독주로 가지 않을까 두렵게 한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민 대변인 역시 “박 대통령의 인사는 이제 ‘인사’가 아니라 참사다. 5년 동안 이 같은 일이 끊임없이 반복될까 두렵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수억 원의 탈세를 저지르는 파렴치한 인사를 공정거래위원장이라고 내세운 청와대는 과연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출범 한달을 갓 넘긴 박근혜 정부와 벌써부터 거리두기를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다음달 24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출마한 인사들이 특히 그렇다.
충남 부여 청양 국회의원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완구 전 충청남도 지사는 “새 정부 인사, 참 답답하고 당혹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아침 라디오 방송에 나와 “심각한 민심이반이 우려된다”면서 “정부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위층 성접대 사건도,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촉발시킨다”며 “(청와대는) 인사 검증 담당자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