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적 치료가 우선… 6주 적응기간 후에도 효과 없을 때 수술 고려
[쿠키 건강] #40대 직장인 L모씨는 최근 극심한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담당의사가 그에게 처방해 준 것은 진통제와 물리치료뿐이었다. 죽을 듯이 허리가 아팠던 L씨는 당장 수술을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화가 난 L씨는 병원을 옮겼지만 다른 의사들의 처방도 기존과 다를 바 없었다.
이같은 상황은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흔하게 경험하는 풍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자들 사이엔 병원들이 치료를 일부러 늦춰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수술은 기피한다는 주장까지 파다하다. 심지어 인터넷상에서 어느 병원을 가면 싼값에 수술을 즉시 해준다는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우리가 말하는 허리디스크란 사실 ‘추간판탈출증’을 말한다. 추간판이란 척추뼈 사이에 있는 말랑말랑한 연골판에 문제가 생겼을 때 통증이 나타난다. 보통 허리디스크 환자들의 상태는 이 추간판이 부어있거나 추간판의 표면 섬유륜이 파열돼 그 속의 수핵이 밖으로 밀려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추간판의 붓기를 빼고 탈출된 수핵의 상태를 호전시켜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휴식이다. 신필재 부천 하이병원 척추센터 과장은 “탈출된 수핵은 척추 내 압력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중상의 호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증디스크환자에겐 신체활동을 제한하고 체위변경을 통해 부하를 줄이는 침상안정이 효과적이다”며 “이 때문에 침상안정과 함께 진통제나 항염제, 비스테로이드제제 등의 약물투약이나 간단한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가 선행된다”고 말했다.
만약 이러한 방법으로도 통증이 가시지 않고 추간판의 손상이 심하다면 감압신경성형술, 신경가지치료술 같은 보다 적극적인 치료법이 적용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절개를 최소화해 특수바늘을 통해 소염제, 유착방지제 등의 약물을 주입하는 것으로 수술이 아니다. 이처럼 추간판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그렇다면 정말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누구일까? 신필재 과장은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경우, 엉치나 다리쪽의 저림이나 회음부의 감각 저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밑으로 처지는 ‘풋드랍’ 현상이 나타난다면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른바 마미증후군(馬尾症候群)으로 탈출된 디스크가 척수의 신경다발을 압박해 신경손상을 일으킨 것으로 매우 중증에 해당하고 방치할 경우 척추판이 부골화돼 아예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을 경우 수술이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협착증 환자는 보존적 방법이나 통증치료를 받는다하더라도 증상이 재발되기 때문에 추간공확장술 같은 수술이 권장된다. 또 노화나 척추체의 손상이 매우 심해 기능 자체가 이미 소실 됐을 경우에도 이를 인공물로 대체하는 치환술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무조건적인 수술의 후유증과 폐단도 경계해야 한다. 수술에 따라 다르지만, 척추의 기능이 약화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지속적인 재활과 관리가 부실할 경우 재발이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 과장은 “수술여부는 디스크 상태 외에도 환자의 신경상태, 통증수준, 향후생활 등에 따라 전문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를 과잉진료와 환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많은 의료인들이 ‘하지직거상 진단법(고관절을 굴곡 시켜 좌골신경을 긴장시키고 통증 유무를 체크하는 것으로 가장 신빙성 있는 이학검사)’ 외에도 MRI(자기공명영상촬영)나 CT(컴퓨터단층촬영) 같은 진단 장비를 통해 정밀진단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임상의의 판단을 신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