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 이어지자 경찰 관계자는 “동영상의 이미지 분석 결과를 지난 22일 통보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이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통상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공개할 수 없는 경우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경찰은 분석 결과를 22일 통보받고도 3일 동안 발뺌을 한 셈이다. 분석 결과를 놓고도 혼선이 이어졌다.
경찰은 “해상도가 낮아 얼굴 대조를 통한 (김 전 차관과 등장인물의) 동일성 판단은 곤란하다. 그러나 (동일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국과수의 구두 통보를 전했다. 이를 두고 언론사마다 ‘김 차관으로 추정된다’ ‘동영상은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 등 각자 정반대 해석과 보도를 했다. 경찰의 말바꾸기로 언론도 춤을 춘 셈이다. 이를 두고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일 것으로 믿었던 경찰이 당초 예상과 다른 분석 결과가 나오자 쉬쉬하다 혼선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김정석 경찰청 차장은 26일 직접 나서서 “경찰의 대응이 적절치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성접대 동영상이 증거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성접대 의혹을 뒷받침하던 진술이나 정황은 모두 4가지였다. 건설업자 윤모(52)씨를 고소했던 여성 사업가 A씨와 다른 피해자 B씨의 진술, 윤씨 조카 C씨가 언론에 공개한 진술, 그리고 A씨가 경찰에 건넨 동영상이다. 그러나 고위층에게 직접 성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던 B씨는 최근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C씨 역시 사건 초기 한 언론에 “윤씨로부터 성접대 동영상을 받아 (유력 인사를 협박하기 위한) 스틸 사진을 편집한 뒤 윤씨에게 돌려줬다”고 말했지만 이후 경찰에서 “인터뷰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결국 남아 있는 건 A씨 진술뿐인 상황이다. 따라서 성접대 의혹은 단순히 의혹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경찰 측은 “윤씨의 비리 의혹이 수사의 핵심이고 성접대 부분은 말 그대로 의혹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