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입맛과 영양 고려한 식단 개선과 함께 성장에 동움 되는 운동으로 극복해야
[쿠키 건강] #최모(50) 주부는 요즘 노산으로 인해 금지옥엽 키운 외동딸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바로 올해로 중학생이 된 정모(14)양의 비만 때문. 평소에도 살집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잘 먹으니 마냥 건강하다고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허리가 아프다는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최씨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아이의 비만으로 인해 상체 체중이 허리로 전달되며 허리에 통증이 나타난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평소 잘 먹는 모습이 마냥 기뻤던 최씨였지만, 몸에 좋지 않다는 인스턴트 식품도 아이가 좋다면 무조건 오케이 하고, 운동도 하기 싫다고 하면 그대로 방치한 것이 후회가 됐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2년 학교건강 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비만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만은 표준체중보다 20% 이상 많은 것을 일컫는데, 조사를 시작한 2008년(11.2%) 이래 현재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현재 초중고 학생들의 경우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등으로 비만의 적신호가 켜졌다.
더불어 부모들의 과한 자식사랑도 비만을 부추기는 데 한몫 하고 있다. 무조건 입맛에 맞는 인스턴트 식품을 먹겠다며 우기고, 하기 싫은 운동은 강력하게 부정해버리는 아이들의 잘못된 버릇까지도 과잉보호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오냐오냐 하는 것이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길은 아니다. 아이들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이를 올바르게 바로 잡아 아이의 건강을 바로 잡는 부모들의 노력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아청소년 비만, 성인 비만과 달리 지방세포 크기·수 증가해 비만 관리 중요= 경기 불황과 출산율 저하로 인해 맞벌이 부부와 한 자녀를 둔 부모들이 늘어나며 아이들의 비만을 유발하는 요소들에 대한 노출도 증가하고 있다. 규칙적인 식사 및 영양을 고려하지 않은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의 선호가 높아지고 컴퓨터와 TV, 멀티기기 사용시간 등도 증가하며 운동의 빈도가 낮아지면서 아이들의 비만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아이들의 비만에 대한 심각성을 일찍 느낀 미국의 경우도 아이들의 비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3년 전부터 아동비만 방지 캠페인인 ‘레츠 무브’(Let's Move)를 직접 앞장서 주력하고, 한해 120조원이 넘는 비용을 비만 치료에 투자할 만큼 아이들의 비만에 대한 중요도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소아청소년기의 비만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은 성인 비만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성인의 비만은 지방 세포의 크기가 증가 하지만, 소아시기에 시작돼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비만은 지방 세포의 크기와 함께 지방세포 수도 증가한다. 따라서 성인기에 힘겹게 체중을 감량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지방세포의 크기만 줄어들 뿐, 한 번 늘어난 지방 세포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많은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비만이 쉽게 재발할 수 있다.
◇운동과 움직임 기피하고, 자주 눕거나 앉으면 척추 압박해 ‘허리통증’ 유발, 올바른 자세 필수= 흔히 ‘어릴 때 살찌면 다 키로 간다’, ‘대학가면 살 빠진다’고 아이의 비만을 간과하기 쉽지만, 비만은 단순한 상태가 아닌 질병이다. 특히나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성인 시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이나 각종 관절 척추 질환들을 함께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비만이 나타나면 움직임이 둔해지며 운동을 기피하게 되고, 자주 눕거나 의자 등받이에 의지해 눕다시피 몸을 늘어뜨리며 앉는 자세를 습관화하기 쉽다. 비만 상태에서 바르지 못한 자세를 장시간 취하게 되면 척추에 가해지는 체중의 부담과 압박으로 인해 허리에 잦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소아청소년기에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비만을 예방하는 균형 잡힌 식습관과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의 호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일 한 달 이상 심한 허리 통증이 나타나거나,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는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어린 나이에도 허리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는 만큼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에 정상기 노원척의원 척추외과 대표원장은 “허리디스크는 흔히 성인의 고질병이라 생각해 소아청소년기에는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병을 키우기 쉽다”며 “질환이 발생하더라도 수술에 지레 겁을 먹고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잦은데, 허리디스크 초기에는 수술이 아닌 주사치료 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도 해치는 소아청소년기 비만, 식습관 개선과 운동이 핵심= 비만으로 인해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과도한 호르몬 분비로 사춘기의 시기도 빨라진다. 때문에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해 성장이 멈추는 속도가 앞당겨 지거나 심한 경우 성장이 조기에 멈추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신체적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콤플렉스, 놀림, 집단 따돌림과 같은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개선하려는 부모와 아이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주된 원인은 소모되는 양보다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다. 고지방, 고칼로리, 불규칙적인 식사를 피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먹기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것은 반감과 높은 스트레스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아이의 식성을 고려한 식단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 입맛과 함께 저염식과 영양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식단으로 칼로리와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조절하고, 성장이 이뤄지는 시기인 만큼 끼니를 거르거나 굶어서 살을 빼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한 칼로리를 소모를 위한 운동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 부모와 함께 하면서 운동효과도 볼 수 있는 산책, 배드민턴이나 성장판을 적절히 자극하는 줄넘기, 수영 등의 운동을 선택해 15~30분가량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체중 및 체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다. 양병세 분당척병원 관절외과 원장은 “체중이 많이 나가면 무릎과 발목의 성장판을 지나치게 압박해 성장을 방해하고,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성장판도 평균적인 시기에 비해 일찍 닫힐 수 있기 때문에 식습관 개선과 운동을 통해 비만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특히 산책이나 걷기 운동의 경우 다리 근력을 단련시키고, 관절의 골밀도를 증가시켜 아이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