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만 굽혀 아이 안으면 허리에 부담… 안는 것보다는 포대기 사용해 업어야= 몸 이곳저곳에서 노화의 신호가 오기 시작하는 할머니에게 육아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혹사를 당하는 부위는 허리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이를 안거나 업으면서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허리병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고도일 고도일병원 병원장은 “허리에 이상이 없는 경우라도 아이를 안는 동작을 반복하면 허리에 탈이 나기 쉽고 실제로 아기를 안아주다가 허리를 다치는 일이 꽤 많다”며 “특히 일어선 채로 허리만 굽혀서 아이를 안아 올리는 동작은 허리에 부담을 많이 주는 자세”라고 말했다. 이는 순전히 허리의 힘만으로 아이를 안는 것이기 때문에 허리에 과도하게 부하가 걸린다. 게다가 허리를 깊이 숙였다가 펴는 동작은 디스크와 인대, 후관절에도 무리를 준다. 따라서 아이를 안아 올릴 때는 허리는 그대로 두고 다리를 굽혀서 아이를 최대한 몸 쪽으로 바짝 당겨 서서히 일어서는 것이 좋다.
아이를 안는 것보다는 업는 것이 상대적으로 허리의 부담을 줄인다. 포대기를 사용해 등과 허리에 아이를 밀착시키고 끈은 아이의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넓게 둘러매야 부담이 덜하다. 또 포대기로 업는 시간은 하루 30분 이내가 적당하고 그 외의 시간엔 보행기나 유모차 등을 활용하도록 한다.
운동을 통해 평소 허리힘을 기르는 것도 허리 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걷기나 수영, 에어로빅 같은 운동이 대표적인 허리 근육 강화 운동이지만 몸 속 깊숙이 위치한 척추심부근육을 기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척추심부근육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디스크 바로 옆에서 척추의 S라인을 유지시켜주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척추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눈으로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기 때문에 척추심부근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초음파로 근육 상태를 진단하면서 척추안정화 기능이 강화되는지 확인하며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손목 무리하게 사용하면 드퀘르벵 증후군 위험… 이유식 먹일 땐 보행기 태우기= 허리 외에 무릎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이미 퇴행성관절염이 있는 경우라면 육아로 인해 병이 진행돼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한 아직 목을 가누지 못하는 영아는 품에 안고 젖병을 물려야 하기 때문에 손목과 팔꿈치 등 팔 부위와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손목이 아프고 특히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하다면 드퀘르벵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드퀘르벵 증후군은 손목건초염의 일종으로 엄지손가락으로 지나는 힘줄과 힘줄막에 염증이 생겨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육아 때문에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김성권 고도일병원 줄기세포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특히 엄지손가락에 무리하게 힘을 주면서 받치거나 손목을 옆으로 꺾은 자세로 힘을 쓰면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손상되고 염증이 발생한다”며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손목을 굽히고 펼 때 통증이 나타나는데 증상이 심해지면 젓가락질을 하거나 펜을 잡는 등의 사소한 동작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심한 통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드퀘르벵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아이에게 분유를 먹일 때는 바닥에 눕혀서 먹여도 된다. 아기와 함께 비스듬히 누워 팔베개를 해주고 먹이면 어깨와 팔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머리와 허리를 가눌 수 있는 6~8개월 무렵 이유식을 줄 때는 유아용 안전의자에 식판을 놓거나 보행기에 태워 먹이는 것이 무릎에 앉혀 먹일 때보다 무릎이나 허리, 어깨에 부담이 덜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