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지키는 ‘걷기여행’? 등산과 트레킹은 다르다

건강 지키는 ‘걷기여행’? 등산과 트레킹은 다르다

기사승인 2013-03-29 14:49:01

장시간 걷는 트레킹,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걸으면 허리와 관절에 악영향

[쿠키 건강] 남해안부터 봄꽃 소식이 들리면서 주말이면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봄나들이를 나서는 인파들이 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3~4시간씩 가벼운 산행이나 10시간 이상 종주를 하기도 하고 지리산둘레길이나 제주올레길 등 장시간의 트레킹을 즐기기도 한다. 걷기는 관절이나 뼈가 약한 사람들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하지만 오래 걷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또한 등산과 트레킹은 걷는 방식이 엄연히 다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본인의 몸 상태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고 그 코스에 따라 신발이나 배낭을 착용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즐거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등산: 여성호르몬 감소하고 골밀도 떨어지는 중년 여성, 작은 낙상 골절로 이어질 수 있어= 등산은 허리 건강을 위해 좋은 운동이다. 몸의 무게와 중력이 척추에 걸리면서 척추뼈의 골밀도를 증가시키고 척추 주변의 근육과 허벅지, 무릎관절 근육을 강화시켜준다. 하지만 겨울철 낮은 기온에 수축돼 있던 근육의 사용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유연성의 부족으로 운동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무리하게 산행을 할 경우 허리통증을 느낄 수 있다. 산행 중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리하게 산행을 계속하지 말고 휴식을 취한 후 천천히 하산하는 것이 좋다. 중년여성들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골밀도가 줄어들어 골다공증이 의심되는 경우 작은 낙상이 바로 골절로 이어질 수 있어 산행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등산할 때 배낭이나 스틱, 등산화 등 장비도 중요하다. 배낭 무게는 몸무게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허리벨트가 있는 배낭을 착용해 등에 밀착되게 한다. 배낭의 길이는 허리 아래쪽으로 내려오지 않도록 한다. 등산화는 너무 조이거나 큰 사이즈의 신발은 피한다.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는 발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해 발목염좌 예방에 좋다. 스틱은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에서 체중을 분산시켜 허리나 관절로 가는 부담을 줄이는 데 유용하다. 경사나 바닥의 상태에 따라 뒤쪽 다리 무릎을 좀더 구부려 주면 앞쪽 다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몸이 앞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허리의 중심을 잡아주지만 너무 힘을 주게 되면 척추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박성준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산행에서는 특히 내리막길을 조심해야 한다. 내리막길과 같이 경사진 곳은 본인 체중의 약 3~5배가 앞쪽으로 쏠리게 되면서 부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며 “내리막길에서는 보폭을 좀더 넓게 하고 발뒤꿈치부터 디디면서 신발 바닥 전체를 지면에 밀착시켜 충격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걷기: 잘못된 걸음걸이 몸에 오히려 독… 시선은 전방 15m, 보폭은 키에서 100㎝ 뺀 너비, 두발은 11자 유지해야= 등산에 비해 트레킹은 코스가 완만한 편이지만 올레길 같은 경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장시간 걷게 되면 오히려 관절이나 척추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하루 10㎞ 이상을 종일 걸어야 하는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다면 출발 한 달 전부터 꾸준한 걷기 연습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걸을 때는 자세가 중요하다. 잘못된 걸음걸이는 몸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전방 15m에 두고 허리는 곧게 펴고 걷는다. 걸을 때는 뒤꿈치부터 발바닥 전체, 발끝 순서로 걷는다. 보폭은 키에서 100㎝를 뺀 너비로 걷는 것이 적당하고 두발은 11자를 유지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휘지 않도록 한다. 두 팔은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들고 오르막을 오를 때는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이고 보폭을 작게 내딛는다. 반면 내리막길에서는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무릎을 조금 더 많이 굽히고 무게중심을 낮춰 천천히 걷는다. 무릎이나 관절이 안 좋은 경우 평평한 길을 오래 걸을 때는 트레킹화가 좋지만 오르막이나 등산을 겸하는 도보여행이라면 워킹화나 트레킹화보다 중등산화가 좋다. 신발바닥은 두꺼워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걷기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척추에서 신경이 있는 공간을 척추관이라고 하는데 척추관은 구조적으로 허리를 뒤로 젖히면 좁아지게 된다. 걷는 운동을 하는 동안 허리를 펴고 걸으면 척추관은 더 좁아지게 돼 오히려 증상이 심해진다. 자전거 타기도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의 자전거 타기는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자전거에 앉은 자세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있는 자세는 오히려 디스크, 척추협착증에 좋지 않다.



등산, 트레킹, 자전거 타기 등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허리,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은 운동 시작 초기 부상의 위험이 높고 기존의 척추 질환이나 무릎 관절염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트레킹 중 통증 생기면 냉찜질하고 누르거나 주무르지 말아야… 며칠씩 통증 지속되면 정밀검사 필요= 산행이나 트레킹 중 허리나 관절에 통증이 생긴 경우 무리하게 운동을 계속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면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통증 부위에 냉찜질을 하고 누르거나 주무르지 않도록 한다. 발목을 삐었을 때는 소염진통제를 삔 부위에 뿌리거나 부목을 대고 가능한 빨리 냉찜질로 응급처치를 한다. 골절이 의심될 때는 바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원희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발목을 접질린 경우 전문지식 없이 임의로 뼈를 맞추려고 하면 신경이나 혈관이 다칠 수 있다. 또한 골절일 경우 더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부목이나 붕대로 고정한 후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다”며 “부상이나 통증이 없더라도 여행 후에는 따뜻한 물로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고 무릎이나 발 등 통증이 있는 부위를 마사지로 풀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며칠씩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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