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올해 목표는 사람들에게 우리 팀 이름을 먼저 알리고, 그 다음 멤버 개개인의 이름을 알리는 겁니다.”
최근 인터뷰했던 한 걸 그룹이 “올해 목표가 무엇이냐?”라는 공식화된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보기에 “뭐 뻔한 이야기 아니냐”라고 여길 수 있지만, 지난해 데뷔했거나 올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들이 이런 ‘뻔한 답’을 내놓기까지는 가요계 현실의 쓴 맛을 제대로 봐야했다.
이미 적잖은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듯이 근 4년 간 데뷔한 아이돌 그룹만 150팀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에도 50개가 넘는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대중들은 이들을 거의 모른다. 아니 대중들 뿐 아니라, 가요계 관계자들조차도 음악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서로 “재들은 누구냐?”라고 물어볼 정도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인터뷰 당시 아이돌 그룹의 ‘희망사항’ 단골 멘트는 지금과 달랐다. 그들은 ‘음악 프로그램 1위’, ‘연말 단독 콘서트’, ‘음악 차트 1위’, ‘음악 차트 상위권’, ‘신인상 수상’을 거론했다.
일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으면 당연히 돌아오는 영광이니,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음악 차트 1위’, '신인상 수상‘ 등의 목표가 “데뷔했으니, 인지도는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전제 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들은 이제 ‘1위’, ‘신인상’, ‘콘서트’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닌 것은 물론, 그 전에 사람들이 길에서 자신들을 알아보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낙심한다.
특히 올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보다 치열했던 2013년에 데뷔해 차트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는 등 한 두 차례 쓴 맛을 본 아이돌 그룹들의 절실함은 더하다. 팀 색깔이나 멤버를 바꾸고, 노래와 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을 이슈화하려는 몸부림은 여기에 기인한다. 오죽하면 한 걸 그룹 멤버는 “악플에 당해도 좋고, 노이즈 마케팅이라 비난을 받아도 좋으니 관심이라도 받아봤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을까.
그러다보니 무리수도 종종 등장한다. 주로 사용되는 것이 과도한 노출이나 뻔히 속 보이는 보도자료를 활용한 홍보다. 노출은 주로 걸 그룹이 사용하는 방법이고, 뻔한 보도자료는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내보내면서 ‘000, 데이트 상대 포착’ 등이다. 혹은 등급에 있어서 ‘방송 불가’ 판정이 나는 것조차도 홍보로 이용한다.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의 ‘나를 알리기’ 작업은 그만큼 눈물겨울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나를 알리기’에 몰두하다가 기본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점이다. 이미 대중들 머리 속에서는 아이돌 그룹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가졌기에, 팀 이름 하나 알리는데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은 이해하더라도, ‘가수’가 노래를, 그리고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망각하고 다른 꼼수를 사용한다는 점은 자칫 단기적으로는 ‘반짝’ 이름을 알릴 수 있어도 결코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없다.
이는 수없이 많은 아이돌 그룹이 방송을 점령해도, 귀가 열린 사람들은 방송에서 활동하지 않더라도 좋은 노래에 박수를 보내며, 온라인 차트에서 살아남고 있는 많은 곡들이 이를 증명한다.
‘나와 팀을 알린다’는 현실적인 ‘희망사항’에 공감과 우려가 동시에 일어난 이유다.
사진=올해 설에 방송된 MBC ‘아이돌 육상 양궁 선수권 대회’의 장면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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