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①] 가수로 돌아온 김영호, 수컷 향기에 여린 감성을 묻히다

[쿠키 人터뷰①] 가수로 돌아온 김영호, 수컷 향기에 여린 감성을 묻히다

기사승인 2013-04-10 14:51:01


[인터뷰] 배우 김영호가 가수가 됐다. 아니 정확히는 가수로 돌아왔다. 밴드를 만들어 음악 세계를 펼치다가, 배우로 대중 앞에 섰으니 ‘돌아왔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물론 그가 제대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앨범을 발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색’이라는 타이틀로 낸 이 앨범은 김영호의 감성 하나하나를 느끼게 만들었다.

김영호는 앨범 발매 전 기자들을 상대로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배우로 활발히 활동했던 이가 앨범을 발매한다는 것도 의외의 일인데, 쇼케이스를 개최한다는 것은 더욱 이례적이었다. 그 자리에서 김영호는 모든 것을 쏟아내며 노래를 불렀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한 곡 부르고 쓰러지려나 보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영호는 스크린이나 무대와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인터뷰 때는 한없이 달변이고 거침이 없었지만, 10여 명 기자들이 앉아있는 사무실에는 “쑥쓰럽다”며 들어오지도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영호에게는 사람 냄새가 나고, 강한 남성과 여린 여성의 감성이 묘하게 섞여있다는 것이다.

▲ 앨범에 대한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요?

“태원이나 음악 하는 친구들의 반응은 좋아요. ‘노래 좋다.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많이 해줘요. 제 주변의 사람들은 객관성을 이미 잃어버린 것 같아요.(웃음) 가요계 관계자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제 앨범을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분들은 제가 노래를 원래 잘 부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어요. ‘노래 드디어 나왔네?’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나름대로 앨범에 자신감이 있어요. 미친놈 아니고서야 중견 배우의 앨범을 내주는 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기획사 대표가 독단적인 생각으로 한 게 아니라 직원 친구들한테 제가 부른 노래를 들려주고 괜찮다고 생각해서 내준 거예요. 대표도 쇼케이스를 마치고서 ‘무대가 더 잘 맞는다. 현란하지도 않고 움직임이 없는데도 사람을 당기는 힘이 있다’고 칭찬을 해주더라고요.”

▲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이미 노래를 했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배우에서 가수로 다시 돌아온 것과 다름없다고 봐야겠네요.

“저한테 관심 없는 사람은 제가 배우를 하다가 잠깐 노래하는 줄 알아요. 마치 일종의 프로젝트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벤트성으로 하기엔 나이가 많이 들지 않았나요? (웃음)”

▲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았더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내기는 쉽지 않죠. 데뷔 앨범을 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성격이 건방지지 않아서 ‘앨범 내고 싶다’고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 앨범 내는 게 사실 힘들죠. 쑥스러움도 많이 타고, 남한테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하죠. 돌아다니다 보면 음지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가 많아요. 밴드도 했고 뮤지컬도 거치면서 노래를 10년 넘게 불렀죠. 또 배우 하면서는 ‘지풍우’라는 밴드를 꾸렸는데 창작곡을 10곡정도 불렀어요. 이 노래를 바탕으로 공연했었는데 그때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가끔은 인디느낌이 풍기는 음지에서 라이브 잘하는 가수들과 함께 노래하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에코를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 편인데 그러면 가수들이 당황하더라고요. 배우라고 알고 있었는데 에코 없이도 노래를 잘하니까 놀란 거죠. 주위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들으며 극찬해주고 또 듣고 싶어하다 보니 계속 노래를 부르게 된 거에요. 그게 발전해서 앨범발매로 이어졌죠.”

▲ 노래 스타일이 너무 쏟아내는 것 같던데요?

“저는 노래를 부를 때 일부러 만들어 내거나 잘 부르려고 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냥 가지고 있는 그대로 내질러요. 그래서 음지에서 제 별명이 ‘남자 백지영’이에요. 토해내는 스타일 때문에요.(웃음) 지영이는 목소리에 서러움이 묻어 있는데 저도 약간 그렇죠. 여성분들은 제 노래를 들으면 서러워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 첫 앨범 녹음은 어땠나요?

“앨범 녹음이 일찍 끝나서 3곡 녹음하는데 1시간 조금 더 걸렸던 것 같아요. 사실 타이틀곡인 ‘그대를 보낸다’의 경우는 녹음이 다음날인데 미리 연습하러 전날 녹음실에 갔어요. 그래서 혼자 두세 번 정도 부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프로듀서가 ‘녹음 끝났으니 형 나와’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건 그냥 연습이야’라고 말했는데도 그냥 오케이 하더라고요. 노래를 부를 때 마치 한 곡만 부르고 끝낼 것처럼 열정을 다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으며 부르니까 그렇게 본 거죠. 작업에 같이 참여한 박성일 프로듀서는 故 김현식 20주기 헌정 음반 작업할 때 처음 만났는데 첫 만남은 좋지 않았어요. 박 프로듀서가 ‘배우랑은 같이 음악 작업 안 한다’고 말한 거예요. 사실 저는 가수를 먼저 했는데 말이죠. 그런 오해를 풀어주려고 같이 노래방에 가서 한 곡 불렀죠. 듣고 나더니 ‘헌정 음반 녹음 형이 노래하시라’고 하더라고요.”



▲ 인터뷰를 하다보니 백지영, 한(恨) 이런 단어들이 자주 나오네요. 아까 ‘남자 백지영’이라는 말도 그렇고요.

“제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양이 많아요. 미니홈피에 제가 올린 글만 해도 2000개가 넘을 정도예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그런 한(恨)스러운 감정들이 표출되는 것 같아요. 실제 삶은 무덤덤하고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하고 자연과 여행을 좋아해요. 혼자 있는 걸 즐기기 때문에 외롭거나 서럽지는 않은데 가슴속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다 보면 서글픈 글과 음색이 나오곤 해요. 프로듀서들은 ‘노래가 묘하다’고 말해줘요. 툭툭 던지는데 가사가 잘 들어오고 슬픈 느낌이 많이 든다고 칭찬을 해주죠. 아마도 제 성격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 중년 배우라는 점 때문에 앨범 발매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텐데요.

“앨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다만 소속사와 제작사 문제도 있고, 영화출연 일정과 겹치면서 계속 미뤄졌던 거예요. 10년 동안 한 번도 쉼 없이 작품을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드라마 ‘도시정벌’이 연기되면서 드디어 앨범을 발매하게 됐죠. 요즘은 시나리오도 쓰고 있는데 그 잠깐 사이에 짬을 냈어요.”

▲ 아무래도 타이틀곡을 작사 작곡 해준 김태원 씨와의 관계에 관심이 많죠. 친한 것은 알지만, 너무 의외의 조합이라서요.

“태원이는 제가 노래를 잘 부르는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태원이는 일상적인 얘기보다는 ‘영혼’을 주제로 대화하려고 해요.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간섭하지 않으려고 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상적인 것 묻지 않고 자주 못 봐도 서로 잘 알아요. 꼭 만나지 않아도 안다는 느낌? 그런 감정을 태원이와 저는 갖고 있어요. 1년을 못 만났는데 어떤 인터뷰에서 저를 가장 친한 사람으로 지목하더라고요. 저는 태원이랑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둘이 나온 것을 보니 굉장히 잘 맞는 것 같긴 하더라고요.

“우리 둘은 말없이도 잘 맞아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얘는 믿음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태원이와 저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사실 다른 점이 더 많아요. 태원이는 술을 많이 마시는데 저는 못 마셔요. 또 태원이는 말을 많이 하고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말해요. 그러면 저는 말수가 적기 때문에 그냥 ‘어 어’ 이러고 있어요. 같이 있으면 싸운 줄 알지만 그렇지 않아요. 태원이는 온종일 기타치고 저는 옆에서 글 쓰면서 놀아요.”

②로 계속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 박효상 기자, 정리 오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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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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