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의 경우처럼 최근 본인도 모르게 ‘깜빡 깜빡’ 잊는 증상으로 혹시 ‘치매의 전단계가 아닐까’ 걱정돼 병원을 찾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돌아서면 깜빡 깜빡하는 건망증은 40~50대가 되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겪는 흔한 일이다.
30세 이후 뇌세포 감소로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증세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건망증은 특히 폐경기 여성들이나 기혈이 많이 쇠해진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뇌로 충분한 기혈이 공급되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임신과 출산 이후 위축된 사회생활로 인한 단조로운 일상, 육아 스트레스, 생리로 인한 빈혈, 가사로 인한 피로감 등이 여성이 남성보다 건망증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건망증과 치매는 기억력 저하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건망증과 초기 치매 증상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건망증은 단지 기억이 잘 안 되는 기억력 감퇴 현상으로 먼 과거의 일이나 최근의 일을 깜빡 잊는 단기 기억장애로 치유가 가능한 반면 치매는 인지기능 전체가 손상돼 치유가 힘든 편이다.
다만 노화 현상을 의심할 만큼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건망증이 심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건망증은 진행성 마비, 혈관성 정신장애, 뇌혈관의 기질적 변화, 감염과 중독, 신경쇠약증을 겪을 때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기억력은 뇌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아 MRA(자기공명혈관촬영술)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김호정 청담튼튼병원 뇌신경센터 원장은 “폐경기 이후 심각한 기억력 감퇴 현상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들이 늘고 있다. 피곤하거나 만성질환이 있을 때도 기억력이 저하될 수 있지만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 뇌세포 손상으로 인해 건망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뇌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