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 거리로 몰려나오는 킬힐족, 낙상(落傷) 조심해야

봄바람 타고 거리로 몰려나오는 킬힐족, 낙상(落傷) 조심해야

기사승인 2013-04-18 18:52:02


[쿠키 건강] 날씨가 풀리면서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겨우내 신발장에 있던 높은 굽의 킬힐이나 하이힐이 다시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킬힐은 영화 ‘킬빌(Kill Bill)’을 패러디한 말로 2009년 한 패션쇼에서 아주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은 모델이 2명이나 넘어지면서 쓰이게 된 신조어다. 아찔한 높이의 킬힐은 서있는 모습조차 아슬아슬한 것은 물론 걸을 때는 보는 이들이 더 애가 탈 정도다.



이러한 하이힐 패션이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보통 ‘하이힐로 인한 건강’을 얘기하면 발 변형(무지외반증)을 떠올리기 쉽지만 하이힐로 인한 낙상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봄철 여성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힐 즐겨 신는 20~30대 여성 10명 중 7명‘하이힐낙상’경험=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가 올해 3월 3일부터 3월 18일까지 보름간 20~30대 여성 467명(20대 197명, 30대 27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이힐을 신고 낙상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이 10명 중 7명인 71.7%(335명), 하이힐 착용 낙상 후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도 48.6%(227명)나 되는 것으로 조사돼 평소 힐을 즐겨 신는 여성들의 근골격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굽 높이에 따른 낙상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5㎝ 이하를 즐겨 신는 여성에서는 199명 중 62.8%(125명)인 반면 8㎝ 이상은 268명 중 78.4%(210명)가 낙상을 당했다고 대답해 15.6%p나 낙상 비율이 높았다. 굽 높이에 따른 부상경험에서도 5㎝ 이하 착용자는 38.7%(77명)인 반면, 8㎝ 이상을 주로 신는 여성은 이보다 17.3%p나 높은 56.0%(150명)가 부상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해 구두굽이 높아질수록 낙상을 일으킬 확률은 물론 부상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들이 힐을 신고 넘어져 당하는 부상 부위로는 발목(58.9%)과 무릎(22.6%)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손목, 허리, 엉덩이는 각각 8.0%, 4.0%, 6.5%로 뒤를 이었다.

하이힐 낙상을 경험하는 주요 장소(조심해야 할 장소 / 중복응답)로는 보도블록(29.8%)이 가장 많았으며 울퉁불퉁한 길(24%), 맨홀뚜껑(16.1%), 내려가는 계단(14.9%), 미끄러운 바닥(12.7%), 올라가는 계단(2.5%) 등이 위험장소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낙상 당시 상황은 ‘걷고 있었다’ 63.5%,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25.1%, ‘뛰고 있었다’ 11.4% 순이었다. 하이힐 낙상을 당한 장소와 상황은 ‘보도블록’과 ‘걷고 있었다’는 응답이 많아 가장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하이힐 낙상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여성들이 하이힐을 즐겨 신는 주된 이유는 패션의 완성 64.7%, 작은 키 커버 27.8%, 높은 굽에 익숙해서 7.5% 순으로 나타났으며, 평소 즐겨 신는 구두 굽 높이는 10㎝ 이상 9.6%, 8㎝ 47.6%(223명)로 절반 이상이 ‘각선미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8㎝ 이상을 선호했고 5㎝ 26.2%, 1~3㎝ 16.6%로 나타났다.

◇하이힐, 자세불안정과 균형감 떨어뜨려 잦은‘낙상’으로 이어져=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을 때 가장 염려되는 것이 바로 자세불안정과 균형감이 떨어지는 점이다.

여성의 뼈는 남성보다 많이 약한데 높은 굽으로 인해 발에 집중되는 하중은 심각하다. 보통 몸무게 60㎏을 기준으로 했을 때 발뒤꿈치에는 50%의 하중이 실려 30㎏의 무게가 실리고 엄지발가락은 15%로 10㎏의 하중, 나머지 네 발가락은 35%의 하중으로 20㎏의 무게를 받는다. 하이힐을 신을 경우 굽이 6㎝만 되도 체중의 약 75%의 하중이 앞으로 쏠리는데 굽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균형과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정형외과·재활의학과 동시전문의)은 “굽이 높아지면 발목을 과도하게 긴장시켜 발목 불안정성을 유발하고 발을 살짝만 헛디뎌도 발목이 큰 각도로 꺾여 발목 염좌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면서 “발목염좌는 복숭아뼈 주위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부상으로, 회복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접질린 부위에 장기간 멍이 가라앉지 않거나 발등과 발목이 퉁퉁 부어 걸을 때 지장이 있다면 발목염좌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제때 치료하지 않고 회복되기도 전에 또 하이힐로 발목을 삐끗하면 발목인대가 약해지고 점점 헐거워져 발과 발목을 연결하는 뼈가 자꾸 충돌하게 되며, 상습적으로 발목이 꺾이는 발목불안정증이 생길 수 있다. 발목불안정증은 걷는 동안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발목을 돌릴 때 뻐근한 느낌이 들거나 복사뼈 부위가 붓는 증상이 생겨 균형을 제대로 잡기 어려워진다. 또한 심리적으로 위축돼 정상적인 보행이나 운동이 어려워져 습관적으로 발목을 삐게 된다.

낙상 시 충격 받은 부위에 미세골절(Micro Fracture)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미세골절은 뼈에 얇게 실금이 간 상태를 말하는데 통증이 며칠 지속되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골절이 발생한 부분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그 부위에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미세골절 후 다시 발목을 다시 삐면 손상 범위가 더 커질 수 있다. 이처럼 만성적으로 발목불안증이 생겨 동일 부위에 반복적으로 잦은 부상을 입고 치료에 소홀하면 박리성골연골염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박리성골연골염을 방치하면 관절 주변에 혈액순환이 안 돼 골괴사증이나 심해지면 퇴행성관절염까지 초래할 수 있다.

◇임신·골다공증 여성 가급적 높은 굽 피해야… 2일 이상 증세 지속되면 반드시 검사 받아야= 임신 여성(특히 초기)이나 골다공증 등 뼈가 약한 여성의 경우 하이힐을 신으면 보행 중 불안정이 더 심해지고 자칫 큰 사고 우려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높은 굽은 삼가는 것이 좋다.

또한 부상 직후에는 빠른 대처도 중요하다. 통증으로 인한 근육경직으로 정확한 확인이 어렵고 통증이나 부종의 정도가 부상의 정도와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2일 이상 통증과 부기가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환자가 하이힐 낙상으로 부상당할 당시 발목이 꺾인 모양이나 방향에 대해 기억한다면 다친 부위를 예측할 수 있다. X-ray로 골절유무를 파악할 수 있고 초음파, MRI(자기공명영상촬여)를 통해 더 정확한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급성염좌의 경우 MRI로 인대 파열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지만 흔히 시행되지는 않는다. 진단결과에 따라 발목에 체중 부하가 가지 않도록 목발, 석고고정, 보조기를 이용하거나 약물 또는 물리치료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병행한다. 그럼에도 증상이 심해지면 관절내시경술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서동원 원장은 “발목은 직립보행 하는 사람이 서고 걷는데 중요한 중심축 역할을 하는 곳인데 20~30대 여성들이 외적인 멋을 추구하느라 킬힐로 발목을 혹사시키고 있다”며 “구두굽이 높아질수록 발목에 가해지는 체중부담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고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면서 발목을 삐끗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런 경우 가볍게 생각하고 치료를 미루면서 더 큰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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