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現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의 경찰 윗선의 부당 개입 폭로 의혹이 주말인 20일 인터넷과 트위터 등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이런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우려하는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 오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권은희 불이익 안돼” 서명운동…인터넷·SNS 시끌
인터넷과 SNS상에서는 권 과장이 이번 폭로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는 경찰 지도부가 권 과장의 폭로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사태가 진실게임으로 흐르면서 권 과장의 거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섞인 반영으로 보인다.
SNS 상에서는 “영화속에서나 있을 법한 용기와 정의”, “참다운 정의로운 경찰상!!”, “용기에 감사”, “옳은 지팡이”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권은희 과장은 경찰관으로서의 직업윤리, 사명감 위해 나섰다”면서 “원세훈, 김용판 등은 권력 위해 선거개입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습니다. 누가 더 행복할까요? 전 권은희 과장이 앞으로 죽 훨씬 더 행복할 것이라 확신한다” 말했다. 그는 이어 “권은희 과장의 ‘국정원 사건 진실 규명’ 수사노력은 일단 실패했습니다. 원세훈, 김용판의 ‘대선 승리’ 공작은 일단 성공한 것 같다”며 “하지만 권 과장 앞길엔 밝고 당당한 미래가, 원과 김 앞엔 불안하고 두려운 미래가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원세훈의 몰락’ 이제 보이시나요? 이미 김형욱, 장세동 등 수없는 몰락들을 봤으면서도 경찰 고위간부들은 어떤가요? 권력에 충성바치고 국민 국가 농락하다 쇠고랑차던 모습들 다 잊었던 건가요? 현직있는 분들 제발, 잘보고 잊지마세요”라고 전했다.
야권 정치인들도 응원에 나섰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는 “두려움 없이 진실을 밝힌 참경찰 권은희 수사과장께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이라고 했고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건투 또 건투”라고 응원했다.
이 같은 반응은 네티즌이나 트윗 이용자들이 나서서 “권은희 수사과장 폭로 트친님들 이 나라에 진정한 양심있는 경찰 권은희씨를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거나 “검찰에는 수뇌부를 질타하며 사표를 제출한 백혜련 검사가 있었다면 경찰에는 권 과장이 있다. 백검사는 지키지 못했지만 권과장은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양심선언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정한 양심있는 경찰 권은희 씨를 우리가 지켜줘야” 하고 “야당은 권 수사과장을 의인으로서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권 과장을 응원하는 서명운동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오후 5시 현재 1200여명의 네티즌들이 동참한 상태다. 서명운동을 발의한 네티즌은 “이번 일 때문에 피해를 보시게 되는 것은 아닌지 심이 우려스럽다. 경찰 윗분들 잘 들으십시오! 이분을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마십시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선 경찰도 “의혹 사실이면 치명타 입을 것” 공개 글 올려
권 과장의 폭로로 인한 파문은 경찰 내부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윗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도부 책임은 물론 수사의 공정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0일 오전 지휘부 티타임에서 관련 언론보도 내용을 점검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지만 권 과장에 대한 감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권 과장의 주장에 대해 전날 해명자료를 내 반박한 데 이어 이날도 “경찰청에서도 국정원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반박에 나섰다. 경찰청은 보도자료에서 권 과장이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누가 판례 얘기를 했느냐’고 캐물었다”고 말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경찰청 실무자가 수서서 실무자에게 판례 내용과 보도 경위를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청 고위 관계자가 수차례 전화를 해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흘리지 말라’는 취지로 지침을 줬다”는 권 과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청에서 지침과 관련해 권 과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이 없고, ‘수사 중이므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유출하지 말라’는 취지로 주의를 준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벌그룹 총수의 보복폭행 사건, 오원춘 사건 등에서 경찰이 축소·은폐 시비에 휘말려 지휘부가 경질이나 사법처리를 당한 전례를 떠올리면서 이번 폭로 파문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는 우려와 함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경찰 일선에서는 이참에 경찰 고위층의 수사 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조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페이스북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2007년 재벌그룹 총수의 폭행사건에 이어 경찰 수사의 공정성은 다시 한 번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라며 “고위층의 부당한 수사개입을 뿌리뽑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부당한 수사개입이 반드시 세상에 밝혀지고 그 당사자는 회생불능의 파멸을 맞는다는 전례가 확립되는 것”고 지적했다.
양영진 마산 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도 페이스북 카페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무분별하게 이뤄진 경찰 내부의 수사 개입, 부당 지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수사관이 수사 지휘권자의 지휘에 이견이 있을 때 재지휘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경찰청 훈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인기 기사]
▶ “선배가 이렇게 하라고 시켰어요”… 국립대 ‘무릎녀’ 쯧쯧
▶ 네티즌, 엉뚱한 사람 테러 용의자 지목… 뉴욕포스트 사진은 오보
▶ “아빠, 귀가 안 들려요” 폭발 순간 충격 동영상
▶ “세계적 뮤지션이 어쩌다”… 유진박, 콘서트 중 조울증으로 기행
▶ 삭발 매직넘버 2개 남기고… 프로야구 한화 치어리더 금보아 “살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