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시 무릎 보호 위해선 올라갈 때는 ‘quick’
내려올 때는 ‘slow’
[쿠키 건강] 날씨가 풀리면서 주변 등산로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조만간 철쭉과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인기가 많은 산은 인산인해를 이룰 전망이다.
봄 산행은 움츠렸던 몸을 깨우고 봄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더없이 좋은 운동이지만, 문제는 추운 겨우내 운동량이 부족해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산행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쉽다는 것이다. 특히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기 쉽고, 산행을 마친 뒤 통증 때문에 며칠씩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평지를 걸을 때나 일상생활에 별 불편함이 없는 사람들도 산행, 특히 하산할 때 무릎에 통증을 느끼기 쉽다.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즐거운 봄 산행 요령을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대표원장(정형외과 ?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몸에서 가장 큰 관절‘무릎’… 평지 걸을 때 무릎 하중 3~6배, 뛰거나 산행할 때 7~10배=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은 무릎이다. 무릎은 맷돌모양으로 인대와 힘줄이 붙들고 있는 구조다. 평생 동안 걷고 뛰면서 끊임없이 손상을 입고 나이가 들수록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다른 관절에 비해 각종 외상과 부상에 취약하며 관절염의 발병 가능성도 크다. 이는 걷거나 달리는 과정에서 무릎에 엄청난 하중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산행을 많이 하는 사람의 경우 등산할 때보다 하산할 때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더욱 커져 통증 발생위험이 높다.
평지를 걸을 때 무릎에 실리는 하중은 체중의 3~6배에 이르고 뛰거나 산에 오를 때는 7~10배에 이른다. 예를 들어 체중이 60㎏이라면 걸을 때는 180~360㎏, 뛰거나 산에 오를 때는 420~600㎏의 하중이 무릎에 가해진다. 하지만 이 무게가 바로 무릎관절에 다 실리는 것은 아니다. 무릎을 둘러싼 근육과 인대 등이 하중의 일부를 나눠 부담하기 때문이다. 젊은층은 무릎관절을 둘러싼 근육이 발달돼 있어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감소해 무릎에 실리는 무게가 그만큼 증가한다. 50~60대는 30대와 비교할 때 무릎 주변 근육량이 30~40% 정도 적다는 보고도 있어 중장년층일수록 등산할 때 무릎을 조심해야 한다.
◇하산 시 나타나는 무릎통증 ‘반월상연골 손상’ 가장 흔해= ‘산에 가고 싶어도 내려오는 게 무서워서 등산을 못하겠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행할 때 무릎 통증은 올라갈 때보다는 하산할 때 더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산에 오를 때 지속적으로 무릎에 하중이 실려 연골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이 상태에서 다시 내려올 때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산 시 나타나는 무릎통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것이 반월상연골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반월상연골은 관절의 안쪽과 바깥쪽에 위치하며 무릎의 중간뼈 사이에 들어있는 물렁한 조직은 관절의 연골을 보호하고 무릎 관절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부분이 찢어지거나 파열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반월상연골이 파열되면 무릎 관절이 붓고 움직일 때 통증이 발생한다. 무릎 안에서 소리가 나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설 때, 계단이나 경사진 길을 오를 때 무릎에 통증이 생긴다. 산행 중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무리하게 산행을 하지 말고 무릎에 하중이 가해지지 않도록 스틱을 이용하거나 주변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무릎 아끼는 하산(下山) 요령 “하산 소요시간 등산보다 2배 여유 있게, 체중은 뒤꿈치로”= 부상이나 통증이 염려되지만 건강을 위해 산행을 포기할 수 없다면 산에 오를 때는 운동 강도를 최대화로 해서 운동효과를 높여주고, 내려올 때는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좋다. 하산할 때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첫째, 하산 소요시간을 등산보다 2배로 잡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에 올라갈 때 2시간 걸렸다면 내려올 때는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걷기보다 뛰어내려오는 경우가 많고, 숨이 차지 않는 내리막이라 걸어 내려오는 속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무릎 건강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뛰거나 빠른 속도로 내려올 경우 발이 바닥에 닿을 때 무릎에 과도한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무릎을 보호하는 산행을 하려면 하산 시간을 등산 시간보다 2배 이상으로 길게 잡고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즉 1시간 올랐으면 2시간 동안 내려오는 것이다. 내려오다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면 멈춰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하산한다.
둘째, 하산 시 앞꿈치보다 뒤꿈치로 내려오는 것이 부담이 덜하고 스틱을 이용해 체중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 또한 주변의 도움이나 나무 등을 붙잡고 천천히 뒤로 내려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뒤로 내려올 때는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고 발을 내딛는 부분이 균형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며 한발씩 떼는 것이 안전하다.
셋째, 배낭의 무게를 최소화해서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여야 한다. 배낭은 낙상 시 허리와 고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가까운 근교 산행에 큰 배낭을 메고 잡다하게 많은 물건이나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무릎 건강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체중을 지탱하기에도 벅찬 무릎에 더 많은 짐을 지우는 것은 피해야 한다.
넷째, 산행할 때 무릎 보호대를 착용해 약해진 근육을 보완해주고 두툼한 등산양말을 신은 상태에서 등산화는 발에 딱 맞게 신는다. 또한 신발끈은 헐겁지 않게 꽉 매야 신발 속에서 발이 헛돌지 않아 발과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산행 후 ‘바로
뜨거운 물’보다는 ‘냉찜질’이 먼저… 사우나 하려면 5~10분 냉탕에 머문 뒤 온탕으로= 예로부터 사용돼온 ‘찜질’이란 단어가 갖는 선입견이나, 찜질방의 이미지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찜질은 뜨겁게 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산행 후 지친 근육을 풀기 위해 온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뜨겁게 하는 ‘온찜질’과 차갑게 하는 ‘냉찜질’은 목적이 다르다. 산행 후 무릎 관절의 통증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냉찜질을 해야 한다. 프로야구 TV중계를 보면 투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쉴 때 얼음주머니를 어깨에 올려놓고 있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 공을 던지느라 많이 사용한 어깨 관절을 냉찜질해주는 것이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산에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무릎에 많은 하중이 실리면 무릎의 반월상 연골판은 미세한 손상을 입으며 열도 발생한다”면서 “산행을 마치고 휴식하면 손상된 연골이 서서히 회복되는데, 이 때 무릎 관절 부위의 열을 식혀주면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해준다”고 말했다.
산행 후 사우나에 갈 경우 다리를 냉탕에 담가 5~10분쯤 머문 뒤 온탕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에서는 얼음주머니를 이용해 무릎 부위를 냉찜질해주는 게 좋다. 냉찜질은 산행 뿐 아니라 마라톤, 골프 등 무릎을 포함한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한 뒤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