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멋대가리 없는 도심의 비안개 낀 날입니다. 자연과 가까이 사는 분들의 아침은 이런 날 왠지 가볍게 설레 일 텐데 도심 한 복판의 아침은 그저 축축할 뿐입니다. 아스팔트 위에 달라붙은 과자 비닐봉지마냥 번거롭기까지 합니다.
20대 초반 어느 하루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학생 때였죠. 전북 완주의 만경강가 어느 작은 마을로 수련회로 갔어요. 군불을 때야 하는 한옥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동료들이 자고 있는 방구들에 불을 넣고 혼자 만경강가를 산책했어요. 강둑을 걸었죠.
아, 그런데 물안개가 피어올라 사방이 하얀 길이었습니다. ‘무진기행(霧津紀行)’이었죠. 강둑을 걷고 있는 내가 마치 안개 위를 걷는 듯한 황홀경으로 빠져들었지요. 새벽이었습니다.
가슴 속에서 뭔가, 먹먹한 뭔가가 쑤욱 올라오더군요. 그 새벽 강가의 추억을 잊지 못해 딸아이의 이름을 서인(曙仁)이라고 지었습니다. 새벽 서(曙)입니다.
강가를 산책하기 좋은 날입니다. 하지만 도시인들에겐 강은 너무 멀고, 가까이 있더라도 자연미가 사라진 인공 강가네요. 편하긴 하지만 가슴을 울리진 못합니다. 사진은 혜화역 지하철역사내 스크린도어에 새겨진 강계순 시인의 시 ‘아침강변에서’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목요일인 25일 중부지방은 늦은 오후까지 비가 오겠다고 합니다. 남부지방은 오후에 한두 차례 곳에 따라 비(강수확률 60∼80%)가 예상됩니다. 강원 산간과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불겠습니다. 중부지방과 경상남북도 지역에서 돌풍을 동반한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고요.
아침 최저기온은 3도에서 12도, 낮 최고기온은 12도에서 22도로 전날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고 합니다.
서울 최저·최고 7~13도, 인천 7~12, 수원 7~13, 춘천 6~13, 강릉 11~17, 청주 8~14, 대전 7~14, 전주 6~15, 광주 8~16, 대구 10~20, 부산 12~20, 울산 9~22, 창원 10~20, 제주 9~19.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