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法은 목욕탕이고 물수(水)에 갈거(去)야”… 아리송한 朴대통령 어록

[친절한 쿡기자] “法은 목욕탕이고 물수(水)에 갈거(去)야”… 아리송한 朴대통령 어록

기사승인 2013-04-25 17:00:01


[친절한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강당에서 열린 '제50주년 법의날'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법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09년 제46회 행사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 두번째입니다.

그만큼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법전문가들이 참석한 축하자리이니만큼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法에 기초하지 않고 시쳇말로 잘난체 했다간 망신당하기 딱 좋은 거북한 자리입니다. 오늘도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법무부장관, 채동욱 검찰총장,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인사와 자원봉사자 7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축사에 나선 박 대통령은 얼마 전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한 초등학생이 "법은 목욕탕"이라고 정의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처음 듣는 사람은 다소 아리송하겠지만 박 대통령은 서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공간에 빗대 법을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따뜻한 것이라는 의미"임을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 스스로가 "우리 법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농축한 표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목욕탕 이론(?)을 통해 "법대로 하자는 이야기가 강자가 약자를 위협하는 수단이 아니라 약자가 스스로를 지키는 안전판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서 법은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보호막'이 되어야 하기에 (법조인) 여러분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부끄러운 말이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상용되지 않도록 앞장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대통령의 권위를 감안할 때 명령조로 말해도 누가 시비걸리도 없었겠건만, 초등학생이 말한 평범한 단어 하나를 통해 나름 설득력있게 담론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국정기조의 성공도 법과 제도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노력의 대가를 가로채는 불법, 편법과 상생과 동반성장을 가로막는 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우리 경제의 새로운 희망과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초등학생(?) 강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법조인이라면 골백번 들었을 "법(法)은 한자로 물수(水) 변에 갈거(去) 자를 합한 것"이라고도 말해 갑자기 천자문 강독 시간으로 바뀐 것입니다. 하지만 포인트는 "우리 법이 물처럼 국민의 삶과 사회에 구석구석 흐르면서 잘못된 관행을 씻어내고 건강한 변화를 선도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법의 날 축사가 백번 옳은 말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더 궁금해지는 것은 매사를 의심하고 보는 기자들의 못된 습성 때문일까요, 아니면 법조계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의 연장선일까요. 저 역시 오늘 저녁 음미해가면서 더 생각해봐야할 것같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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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jhjung@kmib.co.kr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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