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질환 주범은 ‘하이힐’? “아마 아닐 걸~!”

발목질환 주범은 ‘하이힐’? “아마 아닐 걸~!”

기사승인 2013-04-30 14:47:01

각선미 위해 약해진 근육·인대가 더 위험



[쿠키 건강] 화창한 봄날 여성의 짧은 스커트 사이로 흐르는 다리는 ‘하이힐’을 통해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각선미를 따지는 여성들에게 하이힐은 ‘머스트해브아이템’ 그 자체다.

반면 그렇게 소중한 ‘하이힐’을 두고 의사들은 보통 관절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각종 미디어 매체를 통해 열심히 매질을 해대니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하이힐 마니아들이라면 쾌재를 부를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하이힐을 적당히 신으면 무게중심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관절의 움직임이 커져 오히려 발목근력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고려대학교). 발목 건강에 종신형을 선고받은 ‘하이힐’로서는 죄를 덜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어쩌면 하이힐의 죄질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벼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이힐은 보행 시 낙상위험을 높이고 체중을 발목에 집중시켜 염좌, 스트레스성 골절, 퇴행성관절염을 유발시킨다는 죄를 홀로 뒤집어쓰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고려대학교의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 하이힐은 적당히 활용하면 발목근력을 발달시키는 운동기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어떤 신발에도 없는 불세출의 기능이다. 사실 이런 하이힐의 죄질을 무겁게 만드는 제공자는 정작 따로 있다.

바로 현대 여성들이 매끈한 다리에 비해 근육이 턱없이 부족하고 인대가 약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매끈한 다리를 갖기 위해 종아리 근육과 신경일부를 절제하거나 발목지방을 흡입하고 근육이 생길 것을 우려해 하체운동을 기피하는 여성들의 그릇된 태도에서 더 큰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종아리 퇴축 성형술’의 경우 운동기능과 관련된 가자미근을 건드리지 않고 종아리의 내외측 비복근에 시술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복근 일부가 제거하더라도 근육의 보상작용에 의해 향후 운동기능이 90~95% 이상 회복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왜곡된 사실이다. 박승준 일산하이병원 족부클리닉 원장은 “비복근은 원래 가자미근과 함께 하퇴삼두근(아킬레스건)의 한 부분으로 발꿈치를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오르막을 오르거나 빠르게 달리기, 점프 등을 할 때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만약 이 비복근이 일부 소실된다면 굴곡진 노면을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보통사람보다 착지가 불안정하고 운동기능이 감퇴돼 낙상위험이나 발목을 접질리거나 삘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또 나중에 노화와 함께 찾아온 전체 근육과 인대 등의 퇴행성질환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발목의 지방흡입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방은 원래 체온조절과 에너지 저장과 같은 생리기능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외부충격으로부터 내부 장기와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발목이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분포가 적게 되면 지방양이 감소하는 만큼 외부충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발목지방을 흡입한 여성이 하이힐을 신는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전해지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하체운동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고 다니면 다칠 위험이 높아진다. 박승준 원장은 “운동량이 부족해지면 이를 감당해야 할 근육과 인대, 신경 등이 약화되게 되고 체중이 조금만 증가해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울러 근육의 수축이나 팽창을 담당하는 관절의 고유 감각(proprioceptive sensation)이 떨어져 근육·신경기관·운동기관 등의 상호조정 능력이 둔화돼 넘어지거나 미끄러졌을 때 반사 신경이나 순간적인 대처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하체근육과 인대를 혹사시킨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으면 족부질환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지사. 단순 염좌나 미세골절은 물론 경골과 족관절 사이 인대가 잘못 회복될 경우 이 부근이 흔들리거나 근력이 약화돼 수시로 같은 발목을 삐게 되는 ‘발목불안전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유리체(미세 뼈조각)가 인대와 연골을 파괴시키면서 젊은 나이에도 박리성골연골염이나 발목관절염 같은 퇴행성 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다. 이때는 피부를 1㎝ 미만 정도로 작게 절개한 후 초정밀카메라가 부착된 현미경을 그 부위에 넣어 유리체를 직접 제거하거나 인대를 봉합하는 관절내시경술이 적용되는데, 효과가 없을 경우 연골 사이에 직접 생체플라스틱을 끼워 넣는 ‘인공관절 치환술’까지 감행해야 한다.

더 이상 매끈한 각선미를 미끼로 말없는 하이힐에만 죄를 뒤집어씌우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아울러 ‘종아리 퇴축 성형술’, ‘발목 지방흡입’을 가벼운 시술 정도로 인식해서도 안 된다. 박 원장은 “종아리는 작은 원통형 구조로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지방이 고루 퍼져있고 근육 굴곡이 심해 작은 실수에도 근육이 울퉁불퉁해질 수 있고 제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발목은 종아리보다 구조상 더 까다롭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 자칫 작은 실수라도 생긴다면 ‘하이힐’과는 평생 안녕이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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