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구경화(61)씨는 맞벌이 부부 생활을 하는 친딸을 위해 4년째 손자를 돌봐주고 있다. 손자를 따라다니면서 밥 먹이고 업어주고 씻기는 일부터 옷 입혀 유치원 보내는 일까지 여간 힘에 부치지 않는다. 아침 7시 30분부터 손자를 유치원에 보내기까지 족히 2시간 넘게 보내다 보니 최근 들어 허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파스 몇 장을 부치며 통증을 잊었지만 그것도 잠시 일뿐, 허리 통증은 계속됐다. 구씨는 예사롭지 않은 몸 컨디션에 전문병원을 찾아 건강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진단결과 심한 어깨 결림과 척추 간의 간격이 좁아지는 척추관 협착증을 앓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처럼 최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데 비해 보육환경은 열악하다 보니 맞벌이 부부들이 급할 때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부모님 입장에선 손자·손녀를 돌봐달라는 자식들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50~60대 부모님의 경우 허리통증이나 몸이 크게 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1년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12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생활이 가족보다 일에 더 치중돼 있다’고 답했으며 63.7%의 응답자는 ‘일과 가족생활이 불균형적’이라고 답했다. 또 여성의 77.9%와 남성의 53.6%가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자녀양육’을 꼽았으며 남성 36.2%와 여성 13.4%는 ‘근무환경’을 들었다. 특히 맞벌이부부 84.9%는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66.9%는 ‘현재 일하는 시간보다 적게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2009년 우리나라 0~3세 영·유아의 70%, 미취학 아동의 35%는 최소 낮 동안 조부모나 외조부모가 돌본다는 보건복지부의 아동보육실태 조사만을 봐도 부모님들의 황혼 육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수술 척추관절 세연통증클리닉이 올해 1~4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척추관 협착증이나 허리통증 질환으로 병원을 내원한 환자 총 998명을 조사 분석한 결과, 50~60대 허리 환자는 총 523명으로 전체 환자의 5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원한 허리환자 총 998명을 대상으로 질환 발병 원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계형 노동으로 인해 질환이 발생한 경우가 23%, 아이양육으로 인해 질환이 발생한 경우가 2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일반적인 가사업무로 인해 질환이 발생한 경우가 12%, 무리한 운동이나 활동이 10%, 교통사고가 7%순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원인이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님들의 평균 수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디스크 질환이나 퇴행성관절염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50~60대 노년층들이 아이들을 많이 돌보게 되면서 허리나 어깨, 무릎, 손목 등에 부담을 줘 질환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척추·관절질환은 육아를 맡은 노년층이 가장 흔하게 겪는 질병으로, 위에도 뚜렷하게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아이를 안고 앉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 서 있을 때의 4.2배 누워 있을 때의 5.6배= 연세가 있는 부모님들은 아이를 다루는 만큼 온 몸의 근육이 긴장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이제 막 돌이 지난 10㎏의 남자 아이를 번쩍 들었을 경우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은 서있을 때의 4.2배에 이르며 누워 있을 때의 5.6배에 이른다.
특히 아이를 키울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위는 허리와 어깨, 팔목 등이다.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원장(마취통증전문의)은 “가급적이면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아이를 안고 일어날 때도 무릎을 써서 일어나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 원장은 “아이를 앞쪽보다는 뒤쪽으로 안는 것이 허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50~60대 여성 환자 가장 많은 ‘척추관 협착증’=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관 내벽이 좁아져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에 압박이 오면서 통증과 마비가 오는 질환을 말한다. 척추는 대나무처럼 안쪽이 비어있는데 빈 구멍을 통해 신경다발이 지나가고 이 구멍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다.
보통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척추관 협착증’은 일정한 거리를 걷고 나면 다리가 죄어오고 자주 저린다. 또 누워 있거나 앉아서 쉬면 별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심해지면 대소변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초기라면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도 나아질 수 있지만 오랫동안 치료되지 않고 신경 증상이 심해지거나 변형이 심해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평소 요통을 자주 느끼는 노인에게 자주 나타나며, 손과 발까지 시리고 저린 증상을 자주 보인다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로 인한 퇴행이지만 일반적으로 50대가 되면 뼈마디가 굵어지고 뼈와 뼈를 이어주는 인대도 두꺼워져 척추관을 좁게 만든다. 게다가 뼈마디 사이에 있는 추간판도 닳아 없어져 신경압박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최 원장은 “대부분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중년을 넘기면 디스크보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며 “만약 평소 요통을 자주 느끼는 가운데 손발까지 시리고 저린 증상을 보인다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척추관 협착증’ 30분이면 간단히 치료 가능= ‘척추관 협착증’은 초기에 초음파, 견인치료 등 물리치료를 먼저 하고 2~3개월 동안 증세에 호전이 없거나 계속 재발하는 경우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치료법 중 국내에 최근 도입된 ‘꼬리뼈 레이저 내시경술’은 지름 1㎜의 초소형 내시경, 레이저를 함께 넣은 첨단 카테터를 사용해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고난도 비수술 치료법으로, 척추관 협착증의 원인인 염증을 내시경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치료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정확하게 환자는 치료 받을 수 있다.
이 치료법은 레이저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꼬리뼈 내시경만 사용했을 때보다 염증을 제거하는 영역을 확대할 수 있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치료가 어려운 신경근 주위의 유착까지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과 합병증의 발생도 더욱 감소시켜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염증이나 유착된 통증 부위를 내시경으로 직접 전문의가 확인하며 진단하고, 약물 치료와 더불어 레이저를 이용해 통증의 원인이 되는 디스크나 인대까지도 줄여주는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시간은 30분 정도에 불과하고 시술도 국소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심장질환과 같은 내과적 질환이 있는 환자도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디스크 재발 및 척추수술 후 만성 통증도 치료가 가능하다.
◇‘척추관 협착증’ 예방하려면= 척추관 협착증을 예방하려면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해 허리에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나쁜 자세라도 허리 관절이 견뎌낼 수 있도록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마비를 동반한 협착증은 민간요법보다는 초기부터 척추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평소에도 규칙적인 운동, 체중관리, 금연, 금주, 규칙적인 골밀도 체크 등으로 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