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간첩 사건 재판은 시장바닥? 재판부 "여기가 시장 싸움판이냐" 질타"

"서울시 간첩 사건 재판은 시장바닥? 재판부 "여기가 시장 싸움판이냐" 질타"

기사승인 2013-05-06 14:15:00
[쿠키 사회]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해 서울시청에 근무하면서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빼내 북한에 전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유모(33)씨에 대한 재판이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유씨의 여동생(26)에 대한 증인 채택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에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유씨의 여동생은 이에 앞서 지난 27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국정원의 회유, 협박 끝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유씨 변호를 맡고 있는 민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유씨의 여동생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 회유와 협박, 폭행을 당한 끝에 허위 자백을 했다”며 “여동생의 진술이 공소사실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 만큼 이 진술이 허위라면 공소사실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따라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 측은 “여동생이 오는 23일까지 중국으로 출국 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당장 내일이라도 강제 퇴거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며 “오늘 오후에라도 조속히 여동생에 대한 신문을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인은 하루만 변호인과 동행한 후 합신센터로 돌아오기로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증인과 소통이 단절된 상태에서 바로 증인 신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검찰은 이어 “왕재산 간첩단사건과 간첩 이경애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변호인들은 증인의 신변을 확보한 채 진술을 바꿀 것을 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 방청석에 있던 유씨의 여동생이 “없는 이야기 하지 말라”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변호인도 “왕재산 이경애 사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재판부를 압박하는 치졸한 짓은 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상황이 어수선해 지자 재판부가 나서 “여긴 법정이지 시장 싸움판이 아니다. 원색적 비난을 자제해 달라”며 “검찰은 23일까지 서울출입국사무소에 연락해서 여동생에 대한 강제 출국 조치 등을 취하지 않겠다는 협조를 받아 보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휴정시간에 이를 바로 확인해 시간을 벌게 됐고, 재판부는 9일 오후와 13일 오전 유씨의 여동생에 대한 증인신문을 갖기로 했다.

재판정에서 나온 유씨의 여동생는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이 ‘오빠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 오빠의 형량을 낮춰주고 오빠와 한국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현수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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