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엔·달러 환율이 4년 만에 100엔을 돌파하면서 우리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이 그만큼 싸진다는 의미여서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일본과 경합하는 주력 산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4월 총수출은 181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월별로는 1월 수출증가율이 10.9%로 반짝 늘었다가 2월에 -8.6%로 떨어진 뒤 3~4월에는 0.2∼0.4%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산업의 수출 둔화가 뚜렷하다. 선박해양구조물(-27.3%), 철강(14.5%), 건설기계(-26.3%), 석유화학원료(-18.2%), 합성고무(-15%) 등이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분기 수출이 119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3.6% 감소했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1∼4월 수출(국내공장 생산분)은 38만595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줄었다. 기아자동차의 국내 생산분 수출도 지난해 41만1377대에서 올해 39만690대로 5.0% 감소했다.
반면 도요타는 지난 8일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배 늘어난 1조3208억8800만엔(약 14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당초 올 1∼3월의 환율을 달러당 84엔으로 잡았지만 90엔 이상의 엔저가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엔저는 국가별 수출지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미 수출(-4.6%), 대일 수출(-9.5%)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일본과 수출품목이 많이 겹치는 브라질(-19.9%), 터키(-8.1%), 인도네시아(-7.6%), 인도(-2.9%) 등 신흥시장에서 수출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환율이 최대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경쟁력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가 우리 수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변동에 대한 맷집이 약한 중소 수출업체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무협의 최근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의 경우 엔저 등 환율변동성 확대로 44.7%가 수출상담·계약에 차질을 경험했고 20.4%는 주문 축소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채산성 악화로 아예 수출을 포기했다는 기업도 20%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환율이 다시 괜찮아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가 날 수도 있다”며 “일시적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되더라도 기업들이 엔저에 적응할 때까지 금융권에서 자금 회수를 늦추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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