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그 나무를 지나 호수에 이르는 여행을 일주일이 멀다 하고 떠나면서 나는 바로 오늘이 내 인생의 황금기임을 벼락처럼 깨달았다. 언제나 제자리에 있지만 매일 변하는 저 나무와 저 물빛처럼, 나 또한 멈춘 듯하나 매 순간 변하면서 경이로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일상에 지친 엄마들은 피곤하다. 아빠들이 많이 도와주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살림과 육아의 책임은 엄마들에게 돌아간다. 맞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의 곱절 이상인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생활에 치이다 보면 가끔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은 대학생과 청춘들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휴식이 간절한 엄마들에게 여행은 마음을 정리하고 무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을 선물한다.
여행을 떠난 엄마가 마주친 눈부신 순간들이 옹골차게 담긴 신간이 찾아왔다. 지난 4월 출간된 작가 이재영의 『예쁘다고 말해줄걸 그랬어』(이재영, 클, 1만2000원)는 낯선 곳에서 되돌아본 엄마의 90년대 추억이 아련하게 담긴 책이다.
작가는 10년 넘게 잡지 인터뷰 기사를 쓰는 글 노동자이자 7살짜리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녀는 일상에 지칠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가깝게는 친구네 집으로 여행을 갔고 멀리는 동유럽까지 다녀왔다. 그녀가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은 거창한 철학이나 삶의 허무 같은 대주제가 아니었다. 저자가 일상을 떠나 발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살아온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었다.
한국의 엄마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육아와 살림 경험담, 젊은 시절의 추억들이 동네 사랑방에서 전 부치며 얘기하듯 맛깔나게 펼쳐진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의 1부와 2부는 서울 종로부터 제주도까지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담겨있고, 3부와 4부는 도쿄와 프라하, 폴란드 등 외국의 곳곳이 녹아있다. ‘엄마의, 엄마에 의한, 엄마를 위한’ 따뜻하고 유쾌한 여행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이 이야기가 저자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엄마의 일기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엄마에게 전하는 응원가이자 러브레터인 이 책은 대한민국 모든 엄마에게 고백한다. “예쁘다고 말해줄걸 그랬어”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