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과 전두환, “사랑도 명예도 추징금도 남김없이~”

5·18과 전두환, “사랑도 명예도 추징금도 남김없이~”

기사승인 2013-05-17 01:12:00


[친절한 쿡기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3주기를 하루 앞둔 17일입니다. 국민일보 디지털뉴스센터에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기사 2건이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한쪽은 피해자, 다른 한쪽은 가해자 관련 입니다.

먼저 국가보훈처가 18일 광주 5·18 민주 묘역에서 열리는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공식 거부했다는 뉴스입니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주먹 쥐고 불러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 원하면 합창단이 공연할 때 따라 하라고 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5·18 기념식이 정부 주최로 승격되면서 공식 제창됐습니다. 2008년까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자리 잡은 2009년부턴 공식 행사에서 빠졌습니다. 2012년부터는 합창단이 부를 때 따라 부를 수 있다고 보훈처는 안내하고 있습니다.

지역구가 광주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비겁하다”고 했습니다. 강 의원은 보훈처의 조치에 반발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강 의원은 “그동안 불분명한 입장을 보이던 보훈처가 석가탄신일 연휴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제창 거부를 확인한 것은 비겁한 행위”라며 “이것이 보훈처의 입장인지 청와대의 입장인지 분명히 하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라고 믿고 싶진 않습니다. 대선전 5·18 민주 묘역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새누리당 정치인 가운데 그나마 이곳을 몇 차례 찾은 인사는 박근혜 당시 의원이었다고 들었습니다. 33년전 마지막까지 도청을 남아 지킨 사람들의 한이 서린 노래까지 뺄 정도로 박 대통령의 그릇이 작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이명박 정부를 칭하던 ‘불통’이란 오명이 새 정부에서도 이어질까 우려됩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학살 피해자들의 이슈라면, 가해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도 뉴스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3017만원의 지방세를 3년간 체납해 서울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 공개 예정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3일 3000만원이상 세금 체납자 942명에게 명단 공개 전 사전 예고문을 발송했습니다. 그래도 안내고 6개월을 버티면 연말에 정식으로 전국 세무서에 이름이 박힙니다.



사실 전 전 대통령에게 3000여만원 체납은 ‘새 발의 피’입니다. 국가가 전 전 대통령에게 받아야 할 돈은 1673억원입니다. 전 전 대통령이 광주 학살 후 세운 5공화국에서 부정축재를 해 국가가 몰수 및 추징한 금액입니다. 문제는 이 돈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이 오는 10월 만료될 예정이란 겁니다.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이를 막기 위해 ‘부패재산의 몰수 회복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 등 4개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법안은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시키며 “범인 외의 자가 부패재산을 취득하면 권리 관계에 대해 스스로 증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전 전 대통령 일가는 큰 아들이 운영하는 출판사 등을 통해 수천억대의 재산을 보유한 채 호화골프 해외여행 등을 수시로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습니다.

이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실제로 전 전 대통령에게 국가가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법안들은 법사위에 계류돼 있습니다. 4월 국회에선 논의도 못했습니다.

피해자는 그들이 주인공인 노래도 빼앗겨 또다시 눈물을 흘리는 데, 가해자는 국가에 낼 돈도 안내는 현실. 이런 걸 바로 잡아야 ‘정의사회 구현’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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