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D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시원(18)군은 이날 시민들에게 “5·18은 유네스코가 관련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만큼 그 정신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며 “5·18을 부정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외쳤다. 조그만 확성기까지 마련해 적어온 글귀를 읽는 김 군의 목소리에 시민들은 절로 귀를 기울였다.
김 군은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간 일베회원들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비하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면서 “5·18을 맞아 시민 앞에서 이를 규탄하고 5·18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김 군도 처음부터 이 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김 군은 “일베가 하도 이슈가 돼 들어가 봤더니 365일 5·18 관련 이야기가 나왔고 일부 회원들이 당시 학살된 광주 시민을 홍어에 빗대 비하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일베 회원들은 최근 5·18이 북한의 사주로 일어난 폭동이라는 등의 반(反) 시대적인 게시물을 올려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3년간 광주에 살았다는 김 군은 5·18 당시 학살된 시민들의 사진을 보면서 관심을 가져왔다. 김 군은 “일베 게시물을 보고 나 자신도 5·18에 대한 확신이 없어져 5·18기념재단에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고 했다. 김 군은 5·18기념재단에서 보내 준 책 ‘5·18왜곡의 기원과 진실’을 읽으며 피켓 시위를 준비했다.
김 군은 “새누리당도 5·18이 민주화운동이라는 데 이견이 없고 박근혜 대통령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을 보면 5·18에 대한 관점이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일베 회원들은 보수라고 부를 수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인터넷 공간에서 키보드나 두드리며 애국자 운운하는 그들이 만약 5·18과 같은 상황을 겪는다면 용기있게 거리로 나올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김 군은 “더 많은 시민들이 정확히 33년 전에 광주에서 끔찍한 학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일어났음을 알게 하고 싶었다”면서 “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본인이 했던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혼자 나와 입을 뗄 자신이 없어 한동안 주위를 맴돌기도 했지만 목캔디를 건네주신 할머니, 광주에서 온 여성분이 주신 음료수, 많은 시민들의 박수덕분에 힘이 났다”고 전했다.
김 군은 마지막으로 “표현의 자유는 민주화에서 왔는데 그 자유는 누리면서 민주화의 가치는 무시하는 일베인들의 모습이 안타깝다”면서 “역사는 기억하고 반성해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김미나 박요진 기자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