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위키리크스 #1]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죽음이 저항 시위를 촉발하고 있다”며 ‘제2의 촛불시위’ 진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노 대통령의 죽음은 “깊은 우울에서 비롯됐다”며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의 자살이란 맥락을 분석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쿠키뉴스가 23일 위키리크스에서 찾아낸 미대사관의 미국 정부 보고용 기밀 외교 전문에서 발견됐다.
주한 미대사관은 2009년 5월 29일 미 국무부와 동아시아 일대 대사관 및 태평양 사령부 등 군기지에 노 전 대통령 영결식 관련 세부 사항을 보고했다. 대사관은 노 대통령의 서울 시청앞 노제와 관련 “한국 경찰은 5만명이 모였다고 했지만, 자체 비밀요원(RSO)은 이에 대해 매우 보수적으로 집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서울역까지 인파가 밀집했다”고 적시했다. 한국 경찰이 추모 인파를 축소하려 애쓴다는 암시다.
전문은 또 “대사관 직원들이 시청앞 노제에 참석해 본 결과 ‘분노하지만 절제하는’ 분위기가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등 좌파 그룹이 이명박 정부의 독재에 반대해 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주말 사이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대사관은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명박 정부 비판에 주목했다. 문서는 김 전 대통령의 당시 서울역 앞 노제 참석 발언을 자세하게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의 위치에 있더라도 그처럼 했을 것이며, 현 정부와 검찰을 비판했고, (경복궁) 영결식에서 김 전 대통령이 발언하게 해달라는 노 대통령 유가족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이를 거절했다”고 발언 내용을 요약했다.
대사관은 결론으로 “김대중과 다른 사람들의 현 정부가 독재화되고 있다는 언급은 노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합쳐졌다”면서 “이는 수일내 시위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대사관은 “최소한 지금까진 우리의 정치적 접촉자들은 지난해 촛불시위가 재현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미국대사관의 한국 내 정치 인맥들의 전망처럼 대규모 촉발시위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2008년 광우병 논란으로 촉발된 촛불시위 재현이 미국의 제1 관심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미국대사관은 같은 해 6월 5일 역시 본국에 “한국에서의 자살, 맥락으로 본 노의 죽음”이란 기밀문서를 송고한다. 영결식이 끝나고 약 일주일 뒤,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한국사회 평가를 전달한 내용이다.
문건은 “불과 28%의 지지율로 2008년 2월 청와대를 떠난 노 전 대통령은 죽음을 통해 그의 이미지를 개조(revamped)시켰다”고 분석했다. 유죄를 입증하는 것과는 별도로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전설이 됐고 심지어 순교에 가까운 것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 대중이 상당부분 자살을 시위의 한 형태로 간주해온 역사에서 기인한다고 전했다.
미대사관은 “1970년 22세의 재단사 전태일이 근로여건과 임금개선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분신 자살했다”고 전하며 2004년까지 107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78명이 분신자살한 사실도 언급했다. 죽음으로써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온 역사적 맥락에 주목한 것이다.
대사관은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먹지도 책을 읽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정확한 자살 원인은 미스터리이나 전문가들은 깊은 우울에서 기인했다고 본다”고 결론냈다. 한국이 2009년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사실도 언급했다.(사진=위키리크스 기밀외교문서 캡처)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전수민 수습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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