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평소 일주일에 4일 이상 헬스장을 찾아 운동하는 것을 즐기던 최종현(32·남)씨는 얼마 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던 중 어깨에서 ‘뚝’소리가 나면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파스를 붙이고 휴식을 취했더니 통증은 줄어들었지만 팔을 들어 돌릴 때나 무거운 물건을 들려고 하면 다시 통증이 재발했다. 종종 나타나는 통증이 한 달 넘도록 계속돼 병원을 찾은 최씨는 ‘슬랩(SLAP)병변’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진단받았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에 몸매 관리를 위해 헬스장을 찾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몸짱 열풍 때문에 근력 운동을 하는 젊은 남성들이 늘면서 어깨 관절의 연골판이 찢어지는 슬랩병변(관절와순손상) 환자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슬랩병변은 구로예스병원이 지난 한 해 동안 내원한 20~30대 남성 어깨 질환 환자 2397명을 조사한 결과, 278명으로 11.6%를 차지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슬랩(SLAP)은 상부 관절와순의 앞과 뒤쪽 부분(Superior Labrum Anterior to Posterior)의 약자다. 관절와순은 팔뼈의 윗부분을 감싸 어깨 관절에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하는 섬유질 연골이다. 어깨관절의 과도한 회전, 외상, 탈구 등으로 어깨 관절 위쪽의 이두박근 힘줄과 이어진 관절와순이 손상되면 슬랩병변이 발생한다.
황은천 구로예스병원 원장은 “슬랩병변은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야구선수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포츠 인구가 늘어나면서 일반인 중에서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며 “어깨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팔을 벌려 뒤로 회전할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슬랩병변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절와순이 손상되면 야구의 투구 동작을 잘 취할 수 없고 옷을 벗기 위해 손을 위로 올리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질환 특유의 증상이 없고 회전근개파열 등 다른 어깨질환과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이에 대부분 진찰 및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관절내시경 등 정밀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한 번 손상된 연골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잘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손상 정도를 실시간으로 진단, 이물질을 제거하고 찢어진 관절을 봉합하는 관절경 수술을 시행한다. 관절경 수술은 5㎜ 정도로 작은 부위만 절개하므로 수술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레이저를 이용해 치료하기 때문에 출혈이나 후유증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황은천 원장은 “습관적으로 어깨가 잘 빠진다면 슬랩병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하며, 외상 후 어깨의 통증이 2주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면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